김길자 수필가

김길자 수필가

[동양일보]2023년 증평군 개청 20주년을 맞아, 지역원로 초청 ‘군정정책설명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 참여 하게 되어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이재영 군수님의 군정발전방안 논의 중에 힘주어 ‘원래강한지역증평’을 강조하면서 민선 6기를 맞아 다섯 가지 주요사업기획을 설명하였다.

그 중에 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응급의료시설 병원 유치였다. 군민이 원하는 시급한 현안이다. 논의 중 ‘증평천주교메리놀병원’을 참고로 예를 들었다.

‘증평천주교메리놀병원’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녀 병원이었다.

6. 25의 상흔이 남은 1956년 충북의 소도시 증평읍에는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의료사업 지원을 위해 병원을 개원했다. 메리놀병원은 증평의 소중한 곳이요, 충북지역은 물론 전국에서도 환자가 왔다.

궁핍한 시절 영양부족으로 환자는 많고, 교통편의도 여의치 않아 위급한 환자를 리어카로, 소달구지로 오고. 날이 갈수록 병원에는 환자들이 새벽부터 구름같이 몰려들어서 길게 줄을 섰으니,

지금부터 60여 년 전, 나도 생사의 기로에서 그 긴 줄에 서게 되었다. 내 나이 20대중반, 감기같이 기침이 나서 가까운 병원에서 약만 받아왔으나, 병은 점점 심해져서 한 달 넘게 입원을 하여도 증세는 악화되어 병원에서도 자신이 없다고 하였다. 죽어도 집에서 죽어야 한다고 퇴원 후 증평 시댁으로 들어 왔다. 그때는 이미 물도 제대로 못 넘겼다. 바짝 말라서 해골 같은 몰골이요. 아기는 외가로 보내지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 오늘 죽나 내일 죽나 하는 생각조차도 희미하게 들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리어카에 메리놀병원으로 실려 갔다. 누구나 리어카에 실려 오면 먼저 의사수녀님을 볼 수 있기에 급하면 그리 하였다.

의사수녀님 진찰 중에 갑자기 기침이 쏟아지며 누런 가래를 토해내니 의사가 심각해 하며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렇게 매일 주사를 맞고, 보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는 미음도 먹고 기침도 멎고 증세가 호전되었다.

병명은 폐농양성이었다. 나를 살려주신 담당의사 수녀님은 흑인 수녀님이셨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자상하고 깊은 병이든 환자가 나날이 차도 있어 퍽이나 기뻐하셨다.

특히 메리놀병원은 뱀독치료로 유명해 충북은 물론 제주도에서도 뱀에 물려 살이 썩어가던 사람도 고쳐갔다. 1976년 증평수녀의원으로 이름이 바뀌고. 장기 진료가 필요하면 인근에 숙소를 매입해 ‘사랑의 집’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1979년에는 공중보건위생에 기여한 공로로 ‘로즈 게르시오’ 의사수녀가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수녀회는 1987년에 병원을 폐업했다.

응급의료시설 병원 유치를 기원하며, ‘원래강한지역증평군’에 백년대계를 설계하시는 군수님!. "비전 있는 공약이 성공하기를 염원하며 절대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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