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시인

조유진 시인

[동양일보]인생에서 각 연령대는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그 내막을 모른다. 특히 노년기가 더 그렇다. 노년기를 제2의 인생이라고 하는 말은 그 의미에서 옳은 표현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두번째 인생을 사는 것이다. 파지를 줍는 노인들을 처음 본건 2008년 인거 같다. 스포츠 의류매장에 근무하면서 제품을 정리하고 추려서 박스는 매장 밖으로 내놓는다. 박스를 내놓고 돌아서면 1분도 안되어서 사라진다.

누가 이렇게 순식간에 박스를 가져가는걸까?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한번은 누가 가져가나 매장밖을 내다 보았다. 연세가 많은 할머니 한분이 리어커에 한개씩 쌓아서 싣고 가셨다. 그때 나는 할말을 잃었다. 도대체 저할머니 자식들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까? 아님 할머니한테 손을 벌리는걸까? 그것도 아님 자식이 있어도 보살피지 않아 스스로 삶을 해결하는걸까? 그날은 이런저런 생각에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얼마전 TV를 보다 할머니와 비슷한 사례를 보게 되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는 아들둘을 데리고 사신다. 아들이 엄마를 모시고 사는게 아니고, 늙으신 엄마한테 자식이 얹혀 사는 사연이다.

대학교까지 졸업한 첫째 아들은 직장에서 일하다 2만볼트넘는 전기에 감전되어 신체일부가 화상흉터가 가득하고 정신장애가 있다. 둘째는 키도크고 인물도 훤한데 학교에다니다 학폭에 시달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는데, 조현병 증세가 있다.

할머니는 손수레를 끌고 하루종일 파지나 고물을 주어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다. 자그마한 체구에 등은 기역자로 휘어서 그냥 서있어도 얼굴은 땅을 향한다. 종일 고물과 사투를 벌이고, 200ml 우유한팩이 고작 할머니 식사다. 그리고 밤11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한다.

할머니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준비를 한다. 굽은허리를 펴보지도 못하고 바로 저녁을 차리신다. 저녁을 차리신 할머니는 같이 식사를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자식들 먹는모습만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할머니도 잠잘준비를 한다. 할머니가 자려고 누운곳은 방이 아니다. 베란다 바닥에 베개도 이불도 바닥패드도 하나없이 맨바닥에 쪽잠을 청한다.

너무 더워 방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수 없단다. 할머니가 이토록 힘든몸을 이끌고 수레를 끄는 이유는 행여 먼저 삶을 마감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식들이 길바닥에 나앉지 않을까! 걱정 또 걱정때문에 눈만 뜨면 길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할머니와 아들은 한번도 같이 식사를 해본적도 여행을 한번 가본일도 없단다.

그저 눈뜨면 일어나서 새벽을 열고 늦은밤 집에 돌아와 그대로 눕고하루를 마감한다.

언제부터 편히 쉬며 노후를 보내야할 노인들이 파지를 주우러 밤길도 마다않고 이렇게 고된삶을 놓지 못하는지...

비가오면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눈이오면 미끄러운 눈길을 힘들게 기어가며 살아가야 하는지 마음이 씁쓸하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노년생활은 모두의 숙제가 된다. 준비하는 자만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살 수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인생도 소중함을 느끼며, 하루라도 편안함 삶이 되길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희망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