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젓처럼 우리 몸에 맞는 전통주로 승부수”

(주) 태안발효 허정원 대표

[동양일보 장인철 기자]미국 한인들의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바다 향을 머금은 태안산 참외와 쌀로 빚은 전통주 '참외 스피릿(Chamoe Spirit)'이 태평양을 건넜다.

태안지역 전통주로는 처음으로 수출된 참외 스피릿은 미국에서는 다소 낮설지만 한인들에게는 고향의 향기가 물씬한 참외의 달콤한 향기와 깔끔하고 감미로운 뒷맛을 선사한다.

이 전통주는 2018년 태안군으로 귀촌한 미생물 전문가 허정원(66.농학박사) (주)태안발효 대표의 땀과 집념으로 탄생했다.

전남대 축산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 교토대 연구원과 모교 대학원에서 미생물 연구로 농학박사를 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을 정년 퇴임한 미생물 전문가다.

정년 후 평소 관심분야인 전통발효를 연구하며 전통주를 빚었는데, 함께 즐기던 이웃들이 "더는 못 얻어 먹겠으니 팔아라"라고 공짜술에 손사례를 쳐 전통주 시장에 빠지게 됐다.

그가 빚은 술은 맛있다. 40도 증류주지만 술술 잘 넘어간다. 감미로운 뒷맛에 뒤끝이 깨끗하다.

비결은 유해 미생물을 걸러내고 제대로 된 발효와 숙성을 거친 전통주이기 때문이다.

우리 항아리에 태안산 누룩과 쌀로 빚은 (주) 태안발효의 태안백주(탁주), 태안법주(약주), 태안별주(증류주)는 지난해 태안로컬푸드 직매장과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했다.

단시일 내에 미국 수출까지 성사된 것은 애주가들의 극찬과 시음을 통한 검증과정을 모두 거쳤기 때문이다.

정년 후 취미가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허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좋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은 자신있지만, 흑자 전환의 장벽이 너무 높다.

"목표는 손익분기 제로 입니다. 100% 우리 농산물로 긴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통주는 경제성 확보가 난제입니다"

허 대표는 전통발효에 과학을 더한 우리 몸에 맞는 안전한 전통주와 누룩향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쌀의 감미로운 단맛을 더한 전통주 제조에 전념할 계획이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만큼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엄마젓처럼 우리 몸에 맞는 전통주로 승부할 생각이다.

전통주만 허용되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확실한 고객층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통발효를 거친 전통주와 식초는 오랜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칠수록 명품으로 거듭난다.

허 대표는 장기간 숙성과정을 거쳐도 전통주 고유의 맛과 향이 온전히 살아있는 항아리 숙성방법으로 오크통의 향과 색깔이 밴 외국산 명주와 차별화된 명품 전통주 생산을 꿈꾸고 있다.

"익을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명품 전통주 탄생에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후계자를 기다리며 술독 옆에서 술익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태안 장인철 기자 taean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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