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아파트 단지내 관리인은 우리 형제고 이웃입니다. 입주민들은 경비 근로자들에게 정신·육체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 저해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분들의 최저임금 기준 준수 및 휴게공간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다짐이다. 2년전 이맘때, 경비원 갑질 등 공동주택 근로자 갑질 사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던 그 때 대전 둔산의 목련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과 상생협약을 맺은 내용이다.

오래전 우리지역의 소식이 지금 다시 소환되는 까닭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사건 탓이다. 이게 서울만의 일이 아니어서다.

피해자는 유서에서 부당한 인사 조처와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적었다.

사건의 정황이 기존 사례들과 약간 다른 점은 입주민들의 갑질 때문이 아니라 같이 근무하는 관리책임자의 횡포라는 점이다.

그래도 본질적으로는 피해자가 아파트 경비원이고, 우리사회에서 늘 ‘을’의 입장에서 고충을 겪는 직업군이라는 점, 그걸 견디지 못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인격적으로 대하자 이제는 관리자가 나쁜짓을 하는건지... 참, 어지간들 하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이 표현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건 썩은 사회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지워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갑질을 당하는 근저에는 그들이 비정규직 간접고용이라는 불안정한 신분 탓에 감정 노동에 시달려도 꾹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있다. ‘너 잘리고 싶어?’라는 무언의 압력 앞에 그저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약한 존재, 그걸 악용하는 악마. 이게 오늘 대한민국의 민낯인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 외에 청소와 택배 보관, 주차 관리 등 근로계약상 본업이 아닌 온갖 잡일을 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하며 그저 참고 일한다.

노년층이 대부분인 경비원을 상대로 한 천박한 갑질 언행은 제도로 고쳐질 일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에 달렸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분들 모두 우리의 아버지 형님 오빠 다정한 이웃 사촌이자 어르신들이라고, 대전 목련아파트의 다짐처럼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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