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애실 충북문화재단 사무처장

전애실 충북문화재단 사무처장
전애실 충북문화재단 사무처장

 

[동양일보]거장의 귀향. 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충북이 신세계가 되는 것일까.

충북도립교향악단에 새로 부임한 임헌정 신임 예술감독 겸 지휘자는 지난 23일 취임연주회에서 드보르작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마단조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했다.

연주는 과히 세계 정상급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2악장 라르고 중간의 쉼(포즈)은 숨이 멎을 정도로 길었지만 유려하게 흘러갔으며, 전 악장 내내 영화 한 편을 긴장감 있게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예전 구스타프 말러 전 곡을 연주하던 냉철함과 고향을 그리는 애절함이 섞인 채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담겨 울려 퍼졌다.

몇 달 전 사석에서 임헌정 지휘자님께서는 어릴 적 고향의 풍광이 자꾸만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연주한 모든 곡들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제일 처음 연주한 동요 모음곡에서도,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안녕 고상하고 순결한 집이여',

베르디 오페라 춘희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신성한 사원에서',

그리고 정지용 작시 김희갑 작곡 '향수'까지!

거장의 귀향에 비길 수 없겠지만 필자 또한 어릴 적 아빠의 고향인 충북 옥천 선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기억이 난다. 철새나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인연 따라 업보 따라 만나게 될 사람이나 장소는 있는 법인가 보다. 향기 있는 사람을 쫓고 심장이 뛰는 일을 찾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흘러온 삶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최근 참석한 충북문화예술포럼에서 모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도 떠오른다. 문화행정의 시작은 결국 '사람'이라고, 그것이 다른 일들과 다른 거라고. 사람을 위하는 길이 비단 문화행정만이 아니겠지만 오늘 연주를 보면서 특히 리더의 역할과 예술가를 진정 위하는 길이 새삼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예로부터 충북 중원지역은 4세기 백제, 5세기 고구려, 6세기 신라를 거치는 전략적 요충지였기에 이 지역 정주민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신중함이 많이 배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신중함이 때로는 타이밍을 놓쳐 중요한 걸 잃을 수도 있다. 마케팅의 핵심 요소인 ‘고객 감동’과 ‘세계 유일의 차별성’을 위해서 확신과 결정이 된다면 충청북도여, 제발 뒤돌아보지 말고 치고 나가길 바란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오는 30일 충주시문화회관, 4월 7일 영동복합문화회관에서 각각 1회차씩 취임연주회와 같은 프로그램과 출연진으로 연주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충청북도 전역 곳곳에서 거장의 실력을 선보이고 문화적 향기가 퍼져 많은 예술 꿈나무들이 탄생하고 도민들이 행복한 순간을 맞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한 가지 노파심에 도민 여러분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신세계 교향곡 악장과 악장 사이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박수를 치고 싶겠지만 조금만 자제하셨다가 마지막 4악장이 다 끝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어깨 밑으로 내려놓는 여운이 끝난 후에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 주시길 부탁드린다. 시대 흐름에 따라 공연 매너가 바뀌어 오긴 했지만 아직은 보편적인 방식인데다 거장께서 다음 악장을 집중해서 준비하실 수 있도록, 그리고 옆에 앉아 숨도 못 쉬고(?) 듣고 있는 관객들도 배려하는 문화도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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