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동양일보]얼마 전 아는 분의 언니가 마흔 넘은 나이에 열 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다. 스스로 독신을 고집했고 주변에서도 그러리라 확신해서 그 여자 분의 결혼 소식은 깜짝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늦은 나이에 이른바 ‘혼수용’으로 임신까지 해 더 놀라웠다. 사실 결혼 전 병원 의사는 그 여자 분의 몸이 임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던 터라 기쁨은 두 배로 컸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큰딸의 갑작스런 결혼 소식에, 더욱이 열 살 연하의 사위를 맞는다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안정을 되찾아 큰딸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축복해 줬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세태도 많이 달라졌다. 20~30년 전만해도 40대 결혼은 아주 드문 일이었고 그나마 남부끄러움을 의식해 결혼식을 조용히 치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결혼한 여성 가운데 40대 초반(40~44세)이 1만949명으로 나타나 20대 초반(20~24세) 1만113명을 앞질렀다. 40대 초반 신부가 20대 초반 신부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1990년에 견줘보면 더욱 놀랍다. 20대 초반 신부는 19만3778명에서 95%가량 줄어들었고, 40대 초반 신부는 3462명에서 310%가량 늘어났다. 무엇보다 20대의 경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5%로 낮아졌다. 나머지 65%는 독신에 더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그러니까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산아가 0.78명으로 OECD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상황이 이렇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저출산 대책을 챙기고 있다. 지방에서도 출산・양육수당을 늘리며 인구 늘리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특히 충북도는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충북’을 목표로 도와 시·군이 오는 5월부터 아이를 낳은 가정에 5년 동안 1000만원을 주는 복지사업을 펼치며 인구 소멸시대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의 목소리는 시큰둥하다. 주로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희망과 간절함이 많이 옅어졌다. 결혼을 해서 여러모로 얽혀 힘들게 짐을 지고 사느니 혼자 자유롭게 즐기며 사는 데에 더 매력을 느낀다.

무엇보다 결혼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건다. 한마디로 계산이 맞아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하고, 살 집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와 현금도 적당해야지만 비로소 결혼을 고민하겠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마땅히 결혼할 준비가 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그들 스스로도 결혼 준비를 완벽히 끝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또 기혼자 역시 결혼 준비를 마치고 결혼한 사람도 거의 없을 듯하다.

당장의 눈으로 본다면 혼자 사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이 크다. 경제적으로 덜 힘들고,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과 굴레를 면제받을 수 있으며, 혼자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긴 호흡을 갖고 보면 먼 앞날이 오늘과 같을 순 없다. 늙음에는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60~70대 황혼의 나이가 됐을 때도 후회 없이 지금 이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곁에 동고동락한 배우자뿐 아니라 자식 하나 없이 혼자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그려진다면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때론 삶이란 당장은 손해지만 결국에는 큰 유익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혼도, 출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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