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창 가득 비쳐 들어오는 자연풍광을 도자기 안에 품다
김미경 도예가, “옥천의 자연은 쉼과 창의적인 원동력”

김미경 도예작가가 물레작업을 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물레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작가에게 작품을 하는 공간의 의미는 크다. 그가 어느 곳을 배경으로 작품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색감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문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 이지당 가까이에 위치한 이지도예공방을 찾아가 작업에 한창인 김미경 도예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의 작품 안에는 자연이 살아있다. 목단이 살아 흔들리듯 제빛을 발하고 있다. 산천에 흔들리는 야생의 풀과 나무가 작품 안에서 숨 쉬고 있는 듯하다. 이는 그가 자연 가까이에서 작업을 하며 자연을 통과한 빛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채색작업을 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채색작업을 하고 있다

 

△ 수백 수천 개 작품에 빠져들다

이지도예공방은 옥천군 군북면 이백 6길 126-1에 있다. 2012년 4월 5일 도자기 제조, 도자기 공예 공방으로 설립됐다. 꽃과 자연물을 관찰해 영감을 얻어 도판과 꽃병, 차 도구, 조형물, 생활자기 등 분청의 회화적인 이미지와 백자의 정갈함을 살려내는 작업을 해나가는 곳이다.

대나무 두 개를 걸쳐 놓은 출입구는 일반 대문과는 색다른 모습이다. 공방으로 들어가는 한켠에는 도자기 재료(흙)들이 쌓여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수백 수천 개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직접 만든 도예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도자기에 그려 구운 풀잎과 나무, 목단의 색감이 탄성을 자아낸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채색작업을 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채색작업을 하고 있다

 

△한 폭으로 스며들어와 녹아버린 풍경

김미경(57·사진) 작가가 물레를 돌려 도자기 형상을 만드는 공간은 넓지 않다. 형상을 만든 도자기 위해 색감을 입히는 작업대 역시 작품이 진열된 한쪽 부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김 작가는 무한한 자연을 작품 안에 들여놓는다. 작업실 규모가 그리 넓지 않음에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 안에 깃든 작품에 매료될 수 있는 탓이다. 더불어 어느 하나 막힘 없이 통창 가득 비쳐들어오는 자연풍광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 작가는 "작업실 밖을 내다보면 건물과 하늘의 경계가 명확한 도시에 비해 산과 하늘의 경계가 없어졌다. 이것은 나의 시선 자체가 변화된 것이다. 서화천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마을을 바라보고 산과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에 담는다. 한 폭으로 스며들어와 녹아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쉼과 창의적인 원동력을 얻는다”며 “사유의 힘을 키우는 자연환경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물레작업을 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가 물레작업을 하고 있다.

 

△이지당 바로 옆 ‘이지도예공방’

이지도예공방 바로 옆은 이지당이다. 조선시대의 각신서당이 이지당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보물(2107호)로 지정된 역사적인 곳이다. 성리학자이자 의병장인 조헌 선생이 뛰어난 경치를 벗 삼아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장소로 유명하다.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 작가는 “나의 작품은 내적인 절개를 가지고 강직하게 살아가신 조헌 선생과 조우하며 풍경이 풍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역사와 연계되는 내적인 면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지의 풍요로움에 영육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 꽃과 풀은 물론 옥천이 주는 깊은 휴식과 평화로움을 작품에 표현한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옥천유희’ 이지당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개인전을 통해 이미 보여준 바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가…옥천의 땅과 풀과 나무 작품에 반영

경북 포항이 고향인 김 작가는 20대 결혼 후 시댁 선산인 옥천에 처음으로 오게 됐다. 당시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막연히 언젠가는 옥천 전원주택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막연한 생각이 현실로 이뤄진 건 20년이 지난 후다. 옥천에 작업실이 생겼고 이곳에서 옥천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예작가로 옥천의 땅과 풀과 나무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명지대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도자기 기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김 작가는 수차례의 개인전과 페어전, 단체전을 진행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청주 공예 비엔날레 판매전, 청주한국공예관, 옥천로컬푸드, 공주학봉철화분청관에 입점해 있다.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김미경 도예작가의 작품

 

장애인 도자기 수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그는 “기술과 예술이 함께하는 작업이라 귀하게 쓰임 받아 일하게 될 때 감사하다”며 “외진 곳에 공방이 위치해 있다 보니 도예수업은 대부분 외부 출강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업과 작업의 병행이 균형감 있기를 바라고 소망하는 작업으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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