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동양일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아침과 한낮 기온 차가 매우 크고 햇볕은 제법 따갑다. 물오른 나무들이 틔워내는 연두빛 새싹들은 어쩌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

갑작스런 저온 현상으로 절기에 맞춰 심은 모종들이 모두 냉해 피해를 입었다. 지구촌 곳곳이 기후위기로 가뭄, 감염병, 식량난, 산불, 전쟁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글로벌한 시대에 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주말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국내외 작가 75명과 함께하는 故이종욱 WHO 사무총장 & 이태석 신부 특별전시 <바로우리 展>을 다녀왔다. 단비같은 전시회라 소개하고자 한다.

두분이 남긴 정신과 가치를 우리 사회에 알리고 일깨우는 일로 많은 화가, 작가, 사진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전시기간은 2023.4.22.~05.08 이다. 전시회 수익금은 WHO 백신기금, 아프리카 남수단 지원 사업, 페루 레이코(이종욱 사무총장 부인) 공방 지원 등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이종욱(1945. 4. 12 —2006. 5. 22) WHO 제6대 사무총장.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며. 2003년 사스를 계기로 전염병 대유행 위기에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콘트롤타워 ‘전략보건운영센터(SHOC, 일명 쇼크룸)’를 만들었다. 23년간 지구촌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 국제 보건의료계에 헌신하면서 ‘백신의 황제’, ‘아시아의 슈바이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언젠가 이종욱 사무총장님의 국제기구에서의 활동을 담은 짧은 영상을 본적이 있다. 그때 백신 특히 가난한 나라들은 돈이 없어 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종욱 사무총장님이 이런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들에 필요한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자본주의의 민낯과 함께.

이태석(1962. 10. 17 — 2010. 1. 14) 신부.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자신의 일생을 오롯이 바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를 통해 그의 삶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그의 제자들이 의사, 약사, 공무원, 국제기구 종사자 등으로 성장해 그의 정신을 부활시켜 이어가고 있다. 전시회장에서는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울컥. 제자들이 신부님의 삶을 기억하고 자신들 또한 사람을 살리는 그 길을 이어가는 모습에 어찌나 감사한지. 두 분의 공통점이 너무 많다.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국경과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고 사랑과 나눔을 온몸으로 실천하신 두 의사의 이야기. 두 분의 삶의 흔적과 정신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품게 한다.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누군가는 추수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씨 뿌리는 것이 좋다. 이태석 신부님의 말을 되새겨본다.

‘예수님은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고 내 집처럼 느껴지는 정이 넘치는 그런 학교를 말이다.’(이태석)

“톤즈로 꼭 돌아오리라” 강한 다짐을 가지게 한 것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인간적인 동정심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 안에 살아 움직이고 계시는 신비스러운 힘을 지닌 “나환자들의 삶” 때문이었다.‘(이태석, 일기)

배우 신애라 최수종의 내레이션을 인용하면 ’전 세계가 초국가주의와 개인주의, 물질 만능주의에 병들고 비틀어져가는 지금, 두 분이 남긴 정신과 가치를 우리 사회에 일깨우고 되살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이 ‘바로 우리’입니다.‘

이태석 신부는 나눔을 참 신기한 요술항아리 라고 하고 나눔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 열쇠인 것 같다고 했다. 여러분도 이 비밀열쇠를 갖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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