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일년 12달 365일 중 많은 날들이 국경일 명절 등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유독 기념일이 많은 달이 5월로 정겹고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안정감이 드는 시기이다. 국가 하면 우리나라 무궁화 태극기 애국가 독도 등이 떠오로고 가정 하면 부모 자식 사랑 식사 휴식 예절 인사 등등의 어휘가 떠오른다. 5월 하면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 그리고 사랑하는 부부가 잉태하여 키워낸 자녀 그리고 형제 집안 등과 같은 피붙이의 혈족이 더욱 그리운 달이다. 세대별로 떠오르는 단어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성세대는 부모이다. 부모하면 내리사랑을 생각하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 세월이다. 세월을 붙잡을 수 있거나 시계가 고장 나 안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도 한다.



시계는 거꾸로 뒤집어도 돌아간다. 붙잡을 수 없고 고장나지 않는 것이 세월이다. 대중가요에 고장난 벽시계라는 노래가 있는데, 벽에 걸어둔 시계가 건전지가 다 되어 멈춘것처럼 세월도 고장나서 멈추었으면 하는 바램의 가사가 나온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지만 저 세월은 고장도 없어서 원망스럽고 아쉽다는 것이다. 저 세월은 야속해서 우리 시대 부모의 절반이상은 하늘에 계신다. 5월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보고싶어도 볼수 없는 것이 부모이고 부모의 사랑을 깨달았는데 갚을 수가 없다.



살아생전 잘 했어야 하는데~ 뒤 늦은 후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이 개똥같은 세상에 안 계시고 저 멀리 하늘나라에 계신다. 그래도 되돌릴 수 없지만 맘속으로라도 감사하고 그립고 부모에게 받은 사람을 자식 세대에게 대물려 주는 것이 인생인 듯 하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끝없는 아가페(Agape)적 사랑으로 대물림 된다. 그래도 예전에 받았던 내리사랑을 부모에게 진정한 마음을 담아 치사랑으로 안갚음 하고 남은 피붙이들 끼리 도터운 삶을 살면 된다. 따라서 오늘은 치사랑과 안갚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치사랑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하거나 또는 그런 사랑을 말한다. 순수한 우리말로 치라는 접두사가 일부 동사 앞에 붙어, 아래에서 위로 가는의 뜻을 더하는 말로 치받이 치사랑처럼 쓰인 것이다. 안갚음이라는 말은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뜻하며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말한다. 학창시절 효의 귀감으로 배운 반포지효(反哺之孝) 유래이다. 이렇듯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것을 자식 측에서 보면 안갚음이고 은혜를 베푼 부모 측에서 보면 안받음이다.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것을 안갚음이라 한다. 여기서 안은 아니가 아니고 안 즉 마음속이나 가슴속을 뜻한다. 효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부모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진심으로 행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안갚음이 되고 안받음이 된다. 멀리 고향에 계신 부모께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은 안갚음의 하나이다. 자식의 마음은 부모께서 오래 오래 우리 곁에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언제까지 일까? 생각해보면 자식과 함께 영원히 부모께서 살아계시길 원하는 것은 자식의 욕심이다. 부모께서는 살아있는 자손끼리라도 도탑게 지내면 하늘에서 매우 행복해 할 것이다. 도탑다는 서로의 관계에 사랑이나 인정이 매우 깊고 많은 것을 뜻한다.



이제 남은 5월은 부모께 받은 은혜를 보답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부모께 받은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는 안갚음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자식의 부모 봉양은 이유가 있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은 이유가 없다. 이런 눈먼 사랑은 세대에게 대물림 되어 반복되고 세월이 흐르면 자식이 부모 되어 다시 내리사랑을 베푼다. 하지만 치사랑 실천의 변화가 필요한 세상이다. 주변 현실은 치사람보다는 내리사랑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엇갈린 아픈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젠 코로나 19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에서도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며 인간 연결을 단절하는 바이러스가 아닌 일종의 독감 형태로 전염병 분류군도 조정하려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 가까운 이웃과 식사 여행 만남을 즐기고 떠들며 웃을 수 있는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올해는 각종 행사들이 국가 혹은 지자체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에 내가 사랑하는 부모 형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 나의 피붙이인 혈육이 멀리 있다면 가까운이웃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며 추억을 만들면 된다. 그동안 참았던 치사랑도 이웃에게 베풀고 정말 감사한 마음의 안갚음도 도텁게 베푼다면 아무런 사고 사건 범죄없는 행복한 이웃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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