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용암동에는 마을 작은 도서관이 있다
책을 매개로 소통의 기쁨 이어가는 곳
오혜자 관장, 동네에서 편히 갈 수 있는 책사랑방으로 시작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동네 한복판에 목조건물이 눈에 띄었다. 도심에 있지만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이다. 1,2,3층 책으로 가득한 공간과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초록의 향연은 마치 숲속 도서관을 연상시킨다. 초롱이네도서관(관장 오혜자·58·사진)은 1999년 청주시에 등록해 운영하고 있는 마을 작은 도서관이다. 나무계단으로 올라간 2층 공간에서 한참 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책을 매개로 마을 주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여러가지 활동을 해나가며 소통의 기쁨을 이어갔다.
 

 

△책모임으로 시작해 25년째 운영 중

청주시 용암동에서 25년째 운영되고 있는 초롱이네도서관은 책모임에서 시작됐다. 당시 청주시에는 교육청 산하 충북도중앙도서관이 유일한 공공도서관이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고 아이를 데리고 가도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다. 오혜자 관장은 책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동네에서 편히 갈 수 있는 책사랑방을 만들자는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을 열어 주민들과 아이들이 책을 보는 동네도서관을 시작했다. 현재는 10명의 운영위원과 100여명 후원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오 관장은 그동안의 노하우로 다양한 방식의 책모임과 문화모임을 만들어 꾸려가고 있다. 문화도시 청주의 ‘동네기록관’으로 3년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전시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 만들어가는 즐거움 가득

초롱이네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그들이 처음 이곳을 찾은 이유는 동네에 도서관이 없고 책값이 비싸 아이들에게 다 사줄 수 없는 이유가 가장 컸다. 도서관에 오는 횟수가 늘수록 이 공간의 마니아가 된 이들은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책을 권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추억을 쌓는 아이들과 가족이 있고 전문적인 역량을 쌓는 독서활동가들도 있다. 각자 자신의 시간이 스며들어 애정이 생긴 사람들로 마을의 작은 도서관은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 관장은 “어린이와 어른이 독서로 삶을 가꾸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있어 초롱이네도서관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건물이 기울어 다시 세워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도서관의 문화활동을 축소해야 하는 시기도 겪었지만 무얼 하는지 잊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초롱이네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회원은 1회 5권까지 2주간 대출이 가능하다. 1층은 작은 도서관이다. 유아에서 어른들을 위한 책이 비치돼 있어 자유롭게 읽고 빌려갈 수 있다. 2층은 아카데미·모임실·셀프카페로 구성돼 있어 강연, 공연, 회의, 도서모임 등이 진행된다. 3층은 북스테이 공간으로 도서관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인문학공간지원사업’으로 시작해 운영되고 있다.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책문화 활동을 펼쳐

초롱이네도서관은 다양한 책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충북지부 청주지회’는 동화읽는 어른모임으로 초기부터 도서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화(花 畵, 和)가 난다’는 세밀화 모임으로 ‘풀꽃과 놀아요/사계절’ 박신영 작가의 재능기부로 시작됐다.

 

‘찾아가는 도서관-책읽어주기’는 도서관의 이야기선생님들이 문화소외 지역의 어린이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다.

‘동화속 주인공이 되어 만나는 가을동화잔치’는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상당공원에서 동화 속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모여서 노는 책문화축제다. 청주지역의 어린이도서 관련 기관 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 책문화활동, 공연 등을 개최하고 있다.

 

독서문화네트워크 거점으로 도서관과 독서활동가를 위한 인문학강좌, 그림책 전문강좌, 글쓰기 강좌를 열고 있다.

그동안 해온 문화활동으로 방학을 이용해 1박 2일 국내 배낭여행과 일본, 홍콩 등 해외 배낭여행을 가는 ‘세상은 커다란 책-배낭여행’과 그림자극, 인형극 등 책공연 관람을 하는 ‘커다란 그림책- 작은극장’, 전래놀이와 공동체놀이를 하는 독서캠프 등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재미있고 필요한 공간 되기를”

초롱이네도서관은 올해도 역시 도서관에 오는 어르신들과 동네 마실을 다니면서 마을이야기를 나누는 기록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젊은 세대 가족이 참여하는 문화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오 관장은 “무엇을 계획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지만 마을 도서관을 이용하고 지켜주시는 분들과 우리 모두에게 시간이 흘러도 재미있고 필요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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