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동양일보]

영동 출신 난계(蘭溪) 박연(朴堧: 1378-1458)은 우륵, 왕산악과 함께 한국 3대 악성으로 꼽히는데 조선시대 음악의 체계를 정리한 인물이다. 서거정은 <필원잡기>에서 “박연은 앉으나 누우나 늘 가슴에 손대고 악기 치는 시늉을 하였고, 입 휘파람으로 음률 소리를 내어가며 10여 년간 공을 쌓아 일가를 이루었다면서, 난계가 조선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세종 대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태어난 인물”이라고 적었다. 그처럼 박연은 <난계유고>에 보듯 조선시대의 상징적인 음악가로 세상일에 통달한 예술영웅이다.
  특히나 대금을 잘 불었던 박연은 고려 말에 태어나 조선 초기까지 살았던 음악인이다. 세종이 그에게 국악의 정비를 하명하면서 국악에 맞는 많은 악기를 만들었으며 궁중음악에 조선다운 악기가 사용되도록 하는 등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의 고향인 영동군에는 묘소가 있고 국악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악박물관’과 국악체험촌, 국악기제작촌 등이 조성되어 있다. 1967년부터 매년 10월이면 열리는 ‘난계국악축제’에서도 군립국악단의 연주로 그를 높이 기리고 있다.
영동군은 여기 박연발 영동학(永同學)에 기반 착안하여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전통음악과 교류를 위해 2025년 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영동레인보우 힐링관광지와 국악체험촌 일원에서 국악엑스포를 연다는 구상(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심사 진행중)이다. 진행 중인 심사에는 주로 행사의 공익성, 우수성, 주관기관 역량, 주민여론 등을 두루 평가하게 된다. 반드시 돼야 한다.
 
쌍청 누각에서 긴 길을 굽어보니, 雙淸小閣俯
長程 
명리에 매달리는 사람도 많네. 朝暮閒看走利名 
밝은 달빛은 언제나 가득하고, 霽月滿庭非假借 
맑은 바람은 저절로 불어오네. 光風拂檻豈招迎
차가운 술잔에는 금물결 일고, 冷侵酒斝金波
시원히 경내에 구슬 잎사귀 날리네. 凉掃雲衢
玉葉輕 
이 경치 이 마음이 한결같거니, 此景此心同意
味 
다시금 어느 곳에 집착할 것인가. 更於何處役
吾形 
-<쌍청당(雙淸堂)>, 박연

이 시는 박연의 음악적 감성과 인품의 서정을 잘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박연유산은 지역연고 이상의 영동학 문화의 고귀함과 정체성을 지닌 음악유산인데 역사적 맥락의 K-뮤직이라는 차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영동군은 이번 국악엑스포를 계기로 국악문화산업이 활성화되고 세계음악문화를 이끄는 메카가 되어야 한다.
국악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①박연 음악유산의 보존책 방향은 한국음악학회, 박연유산보존회, 영동문화원, 전통예술단체 등에서 지속적인 활성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②영동 박연의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충청북도와 영동군의 창조적 발상과 재정적 지원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③현재 국악죤의 원형 살리기에다가 영동음악문화산업에 대한 킬러콘텐츠 개발 장단기 계획과  높은 문화의 힘이 있는 영동군 공감을 높이고 영동군 국악체험 특구가 로컬화 차원에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④난계축제, 국악 제작장인, 영동설계리 농요 등에 대한 구비전승 위주의 아카이브 구축 작업도 강조해야 한다. ⑤무엇보다 박연 관련 전승물을 묶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야 마땅하다.
‘박연전승물’의 관심과 스토리텔링을 오페라를 만들고 각종 콘텐츠로 개발하여 영동다운 문화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추진위원회는 CD 음반 제작, 세종대 음악전수 공연, 세계음악공연공동체·음악제 연계 초청 공연 등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 ‘국악-K문화 핵심’ 슬로건에 대한 킬러콘텐츠 다양성을 선보이고 공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민의 영동학적 공감이 우선시해야 한다. 7월경에 확정되는 국제행사 승인을 위하여 모든 행정력과 도민 군민 공동연대의 역량을 몽땅 쏟아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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