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동양일보]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이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한줄기의 비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 소나기는 무더위를 잠시 잊게 만들어 주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그 강도가 높아지면 산사태를 일으키고 삽시간에 곳곳을 물에 잠기게 하면서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불청객이 된다.

집중호우란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집중성이 매우 강한 강수이다. 그동안 집중호우는 장마철인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 사이에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장마철이 아닌 시기에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온도가 높아져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의 근본적인 원인을 기후변화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기후변화가 집중호우의 방아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후재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간, 제주도에는 시간 당 5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3일 누적 강수량이 1000㎜ 이상을 기록하면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또 청주에서는 60.9㎜의 강수를 기록하면서 5월 상순 일 강수량 극값이 경신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예년보다 이르게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5월 초에 보기 드문 강한 비였다. 이처럼 집중호우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는 경우, 제대로 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집중호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집중호우 시에는 계곡이나 하천, 지하차도,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저지대 등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이와 같은 위험지역에서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또 하수도와 우수관, 배수구는 미리 청소하고 비탈면, 옹벽, 축대를 사전에 점검해 언제 내릴지 모를 집중호우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호우, 강한 비와 같은 중요 정보에 대해 알림을 발송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추가적으로 강수 시작에 대한 알림을 받아보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실황을 반영한 강수 예측 영상도 제공돼 누구나 강수 지역과 강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극한 호우 발생 시에 호우 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물 그루터기는 있어도 장마 그루터기는 없다’ 라는 속담이 있다. 장마로 인한 재난이 가뭄으로 인한 재난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과거 우리 선조들도 비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더욱 집중호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철저한 사전 대비와 평소 기상정보 활용의 생활화를 통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없는 이번 여름이 되기를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