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에 매료된 한 예술가가 한눈에 선택한 공간
화가 호흡으로 새롭게 탄생…농촌마을에 문화의 꽃을 피우다
연상록 작가,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8년 작업해 온 적벽강 작품 인정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415-3, 이곳은 원래 마을의 쌀창고였다. 1967년 건축된 ‘부리창고’는 이후 드링크 공장으로 사용되다 8년 전 연상록 작가가 작업실로 사용하기 위해 인수하면서 화가의 작업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연 작가는 금산 부리중에 수업하러 왔다가 적벽강에 매료됐다. 그는 때마침 인수자를 찾고 있는 적벽강 가까이 위치한 지금의 작업실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왔다. 수년 동안 대전과 금산을 오가며 작가는 적벽강을 그의 화폭에 옮겨 담았다. 그는 금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작업할 때는 아예 이곳에 상주하며 지냈다. 적벽강을 소재로한 그의 작품은 매년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어떤 공간은 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버려져 있던 공간은 예술가의 호흡으로 새롭게 탄생되기도 한다. 사람과 공간의 만남도 인연이다. 부리창고는 이제 작가의 작업실에서 부리갤러리로 거듭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곳을 소개한다.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공간

“적벽강에서 5분 거리인 이곳은 마음의 평화를 주고 명상의 시간을 선물한다. 신선한 바람과 공기는 매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강과 가까이 있다보니 안개가 자주 마을로 기어들어 오는데 그 안개를 비집고 들어오는 새벽빛이 가히 환상적이다.

 

작약과 백합, 넝쿨장미에 맺혀 있는 이슬을 보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세상이 작품을 하는데 많은 영감을 준다.”

 

연상록 작가가 말한 ‘부리창고 갤러리’에 대한 그의 느낌이다. 이 느낌은 온전히 이곳에서 살고 작업하며 체험을 통해 얻은 것이다.

 

연 작가는 폐허와 같은 이곳에 해마다 연산홍, 백합, 붉은 넝쿨장미, 바늘꽃 등 종류별로 갖가지 꽃을 심었다. 추상작업을 하면서 부리창고 곳곳에 설치미술을 해나가고 있다. 캔버스뿐만 아니라 평촌리 415-3(적벽강로 15-8) 모든 공간이 그의 화폭이 됐다.

 

마당에 물고기가 화석처럼 놓여있는가 하면 생각하는 동물의 형상이 입구 쪽에 세워져 있기도 하다. 꽃분홍색의 담벼락은 작가가 직접 채색한 것이다. 어린시절 기억을 소환하는 설치 작품은 건물 곳곳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농촌에도 예술 향유할 수 있는 공간 필요

부리갤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태어난 그해 지어진 건물이다. 묘한 인연이다. ‘1967 부리창고 갤러리’라 이름 붙인 것은 그에 연유한다. 연 작가가 이곳을 그의 작업실에서 ‘부리갤러리’로 오픈한 것은 누구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금산미술협회지회장을 역임한 그는 농촌에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농촌문화활동은 물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대화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확장해 가길 원한다.

 

예술은 향유하는 자의 몫이다. 향유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다.

 

그는 전국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나아가 금산의 비경을 전국의 작가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연상록 작가, ‘2023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수상

연상록 작가는 ‘2023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눈에 매료된 공간에 들어와 8년간 적벽강 시리즈로 작업한 그의 예술성을 인정받게 된 것.

 

오는 8월 10일~10월 15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이동훈 미술상 특별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가 적벽강 주변에서 느낀 풍경에 대한 그의 의식의 흐름을 화폭 안에 녹여낸 것이다.

 

색채를 절제하고 단순화해 공간의 여백을 살린 추상작품에서 화가가 자연을 통해 느낀 예술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연 작가는 한남대 미술학과·충북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아르버스 소속작가·대전시전초대작가로 활동하며 23회 개인전과 20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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