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속의 암연관섬유아세포 표적 백신 제시…다양한 암종에서 효능

KAIST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52·사진)와 신호철 박사과정·김유진 박사로 구성된 국내 연구진이 췌장암, 대장암 등 고형암(췌장암, 대장암, 등 장기에서 발생하는 암)을 포함한 암 치료에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입자 백신을 개발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암 연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s, CAFs 면역저해 환경을 조성해 암의 성장과 전이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해 다양한 암종에서 효능을 보이는 항암치료용 나노백신(나노입자의 형태로 인체에 전달하는 백신)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 암세포를 제외하고 종양을 이루는 기질 세포, 면역 세포, 혈관 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동시에 이들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은 항암제들의 효능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게 하는 큰 장벽 중 하나다.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s)는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세포로 면역저해 환경을 조성해 암의 성장과 전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CAFs를 표적해 제거하는 전략은 암을 치료하는 긍정적 접근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통한 가상실험) 모델을 이용해 FAP 단백질에 대한 펩타이드 항원들을 예측했다. 이후 예측된 펩타이드 항원들을 지질나노입자에 도입해 나노백신 형태로 합성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CAFs 표적 나노백신이 생쥐 췌장암과 대장암 모델에서 암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해당 나노백신은 암이 폐로 전이되는 것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나아가, 저분자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NA 염기쌍 사이에 삽입돼 DNA의 복제를 막는 기작으로 사용되는 저분자 항암제)과 병용 투여 시 항암 효능이 향상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CAFs 나노백신이 항암제의 종양 내 투과를 증가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전상용 교수는 “백신 한 가지 단일 치료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기존 항암제들과 병용요법으로 적용하면 치료 효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췌장암 같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암들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고 추후 개발을 통해 백신의약품으로 개발된다면 경제적 파급력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병중심 중개연구사업(의료수요연계형 중개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고, 나노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ACS Nano에 지난달 15일 게재됐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