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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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충북의 한우 농장에서 4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충북도는 구제역 확산방지 특별지시 1호를 발령하고 긴급히 백신접종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인 덕분에 종식선언을 앞두고 있다.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 FMD)은 어떤 가축전염병이기에 한곳에서 발생해도 전국이 긴장하고 가축과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비상 상황이 될까?

구제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지정한 가장 중요한 가축전염병으로 대한민국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1종 가축전염병에 속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Picornaviridae의 Aphthovirus에 속하는 직경 25~30nm의 정이십면체의 작은 바이러스이다. 소,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데 엄청난 전염력으로 입술, 혀, 잇몸 또는 발굽지간부 등에 물집이 생겨서 구제역이라 불린다. 공기 전파 시 육지에서는 5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전파된다. 돼지의 경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전파력이 빨라 훨씬 위험하다. 돼지는 하루 4억개 바이러스 입자를 호흡으로 배출시키는데 10개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되고 강한 변종은 1개의 바이러스로도 사망할 정도로 강하다. 바이러스는 7종의 혈청형, 70~80 아형으로 나뉘고 변종이 많아 다양한 혈청형에 대한 공통방어가 힘들다. 따라서 백신개발도 어렵다. 사람에는 감염이 안되지만 최강의 전염력으로 일단 감염되면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해외 여행시 국제공항에서 입국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구제역 경고판이다. 국가 간에 이동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주는 최악의 가축전염병이기 때문이다. 1997년 대만은 구제역으로 돼지 400만 마리가 살처분돼 양돈업은 궤멸 되고 42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구제역으로 대만산 돼지고기의 수출입 금지조치로 가격이 폭락하고, 고용 상실로 대만의 축산 수출은 완전 붕괴됐다. 2001년 영국은 18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국내에서도 2004년 구제역이 발생해 피해액은 4조원이 넘는다. 발병 농가 반경 500m 이내 멀쩡한 동물까지 생매장하는 방역 정책은 동물윤리 문제로 지탄을 받았다.

구제역은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는 구제역 발생국, 백신접종 구제역 청정국, 백신접종 없는 구제역 청정국으로 나뉜다. 이중 백신접종 없는 구제역 청정국으로 분류된 나라가 육류 수출에서 우위를 점유하므로 축산 선진국들은 이 부류에 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백신접종 없는 구제역 청정국이었으나 2004년 구제역 발생 이후 살처분 아닌 백신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백신접종 없는 청정국보다 축산물 수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지만 가축 매몰처리에 의한 자원손실과 혐오감, 이동통제 및 소독에 따른 경제적 손실, 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 이번 발생한 구제역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4년 기다린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은 불발됐다. 현재 백신접종을 통한 구제역 방역이 최선의 정책이다. 하지만 수입백신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에 조속히 구제역 백신공장을 설립해야 한다. 이로써 다양한 혈청형의 공통방어가 가능한 차세대 국산백신을 생산하고 접종은 수의사에게 전담해 수행해야 할 것이다.

팬데믹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일상과는 멀게 느껴지던 일개 가축전염병이지만 한 지역이 위험해지면 국가 전체가 위험해지고 축산농가가 몰락하고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받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국민의 먹거리 수호이자 국가 경제를 지키는 제2의 국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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