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뽑힌 보은군 회인면 '삶은 동네'(동네 안에 삶이 있다) 이경수(41)씨가 눈에 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어릴때 대전서 성장했기 때문에 변변한 추억하나 없는 고향 회인면 부수리 78로 3년전 귀촌했다. 앞으로 3년간 6억원을 지원받아 고향 마을에 활력을 붙어넣는 도시재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선배 마을활동가와 예비 귀촌인까지 끌어 모아 청년단체를 만들고, 충남 공주 제민천과 부여 규암 수월옥 등을 찾아 여러 차례 벤치마킹했다.

이씨와 청년 8명이 함께 꿈꾸는 사업 컨셉은 라이더를 테마로 청년마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 피반령은 탁 트인 경관과 구불구불한 고갯길로 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수백명이 집단을 이뤄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다.

이들이 내는 소음과 과속, 난폭운전 등으로 농촌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를 활용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역발상이 주요했다.

청년들은 이들을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라이더 캠프를 열고, 라이더 사랑방과 안내소 설치, 라이더 카페 운영 등을 준비 중이다.

외지 라이더를 생활 경제 인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라이더 하우스를 만들고 이들의 취향에 맞춘 축제도 구상하고 있다.

또 " 보은 한우 브랜드인 조랑우랑 쇠고기를 팔고, 대추와 마늘 등을 활용한 카페 음료도 만들어 보은 특화된 음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재창조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숨 쉬고 뛰노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다"며 "청년마을의 핵심은 라이더와 더불어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고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고향 회인은 고려∼조선시대 행정과 문화, 교육의 중심지 현(縣)이 있던 곳이다.

현감의 살림집인 동헌 내아(충북도 문화재자료 71호)를 비롯해 중앙 손님들이 머물던 인산객사(충북도 유형문화재 116호), 하늘에 제를 올리던 사직단(충북도 유형문화재 157호), 교육기관이던 회인향교(충북도 유형문화재 96호) 등이 원형보존된 유서깊은 곳이다.

또 천재시인 오장환(吳章煥·1918~1951)의 고향이기도 하다. 오 시인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생가와 문학관이 있고, 해마다 오장환 문학제도 연다.

이씨는 지역을 살펴보면 보물을 하나하나 들춰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자장면집(회인반점)과 양조장(회인양조장)도 문화기획자에겐 신선한 자극이 됐다.

특히 지역의 가치에 매료된 몇몇 마을활동가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작은도서관, 문화공작소 등을 운영하는 것도 가슴 뭉클케 하기 충분했다.

그는 뜻 맞는 청년 8명과 의기투합해 '해바라기 청년공동체'를 조직하고 작은 마을축제를 기획했다.

오 시인의 대표 동시 작 '해바라기'에서 이름을 땃다. 매년 10월 '해품축제'(해를 품는다)를 열면서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어울리는 화합무대를 3년째 열어가고 있다.

2022년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재 야행' 행사도 했다.

현감 행차가 재현되고, 지방 관료가 임금이 머무는 궁궐을 향해 예를 표하는 망궐례도 열었다.

전문 배우나 공연전문가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나와 참여한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몇 안 되는 30∼40대 청년들이 중심이 됐고, 어린 학생과 칠순의 어르신들도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씨는 대학에서 산림학을 전공한 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위촉연구원으로 공직 경험도 했다.

대전서 문화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그는 몸에 밴 '촉'과 '느낌'을 고향 발전에 봉사하고 있다. 라이더들이 회인서 돈쓰고 머물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안전캠페인도 병행, 지역도 살고 라이더들도 행복한 '회인골'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꾸고 있다.

보은 임재업 기자 .limup0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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