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지금은 까마득한 51학번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학교에 직접 방문해서 대학 합격자 발표를 확인해야 했던 그 떨리던 심정은 또 어땠을지. 대학의 상징이기도 한 정문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에 위치한 충청권 거점국립대학교인 충북대. 충북대에 가면 7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다. 1950년대 교육시설의 전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바로 충북대역사관이다.

충북대 1회 졸업생의 자료를 시작으로 72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충북대역사관은 긴 세월만큼이나 캠퍼스의 낭만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충북대에 남은 가장 오래된 건축물

51학번부터 23학번까지 개신인(충북대 소재지인 개신동의 명칭을 넣어 대학 구성원과 동문을 통칭하는 말)이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갖게 만는다는 충북대역사관(서원구 개신동 12)은 그렇게 긴 시간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왔다.

충북대역사관은 도립 충북대로 개명이 이뤄진 같은 해 준공했다. 현재의 국립 충북대로의 승격은 시간이 더 흐른 1977년이다.

1963년 12월 충북대 농학과 10회 졸업기념 사진
1963년 12월 충북대 농학과 10회 졸업기념 사진

 

충북대는 1951년 9월 도립 청주농과초급대(2년제)로 개교해 1953년 1월 도립 청주농과대(4년제)로 승격한 이후 1956년 4월 도립 충북대로 개명했다. 충북대역사관은 1951년 개교 이후 4년이 흐른 1955년 9월 5일 착공해 다음해 12월 28일 준공했다. 시공업체는 대림산업주식회(현 DL이앤씨)가 맡았다.

충북대역사관은 그 동안 제2본관, 생활과학대학, 법학전문대학원, 보육교사교육원 등으로 활용됐으며 제2본관, 구 법전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지상 2층 구조의 이 건물은 1층과 2층 각 937.58㎡로 총 1875.16㎡ 규모다. 조적조(돌, 벽돌, 콘크리트블록 등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드는 건축구조)와 목조 트러스 설치 후 시멘트 기와로 마감된 이 건물은 좌우 대칭이 조화롭고 중앙이 강조된 매우 모던한 모습이다.

사실 충북대는 이 건물보다 먼저 지어진 04동(제1본관) 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이 건물이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으면서 2014년 철거됐다.

충북대역사관(제2본관) 준공 당시 모습(1957년)
충북대역사관(제2본관) 준공 당시 모습(1957년)

 

최근엔 주로 제2본관으로 불렸던 충북대역사관 역시 2019년 3월 안전진단 C등급을 받아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건물을 보존하려는 학내 구성원과 동문들의 요구로 건물을 보존·활용하기로 했다.

충북대 시설과는 건축물 구조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진 보강 공사를 했고 기획처는 학내 의견수렴을 통해 건축물 활용도 제고를 위한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했다.

이렇게 해서 이 건물은 1950년대 학교 건축물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충북대에 남은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됐다.

 

 

●대학의 역사 한 눈에 관람

다시 조성된 이 건물이 충북대역사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개관한 날은 지난해 3월 8일이다.

충북대역사관 1층은 역사관, 아카이브열람실, 북카페, BK라운지로, 2층은 총동문회 사무실, 총동문회장실, 회의실, 세미나실, 첨단강의실, 휴게실로 꾸며졌다.

 

충북대박물관이 조성한 1층의 역사관(전시실)은 70여년 역사의 충북대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학의 역사자료 열람과 보관기능을 하는 아카이브 열람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북카페 등을 조성했다.

특히 전시실로 들어가면 지역사회와 함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성장해온 충북대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실은 ‘프롤로그’, ‘1부 새롭게 열다’, ‘2부 지역의 뿌리로 70년’, ‘3부 세계로 꽃피울 100년’, ‘에필로그’ 등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프롤로그는 충북대 역대 교육이념, 교가, 교표, 상징물의 변천상을 간략히 소개하고 주요 연혁을 소개하는 테이블이 조성됐다.

 

이어 역대 총장을 소개하고 초대 학장실 재현과 함께 1회 졸업생 관련 자료를 전시한 코너, ‘새롭게 열다’가 관람객을 반긴다. 이 코너에서는 1950년대 학생증 등 당시 학생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큐브를 나무 모양으로 만들어 다양한 학교의 모습을 소개하는 ‘지역의 뿌리로 70년’에서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오래전 학생들의 모습과 변화하는 대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로 꽃피울 100년’에서는 대학의 해외교류 전시품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충북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 역사관 디자인 컨셉인 큐브 형태를 모티브로 세계와 소통하고 현재와 미래 비전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3D 영상을 상영한다.

충북대 캐치프레이즈인 ‘새로운 것을 깨우치고 펼치자’라는 뜻의 ‘NOVA APERIO’가 적혀 있는 ‘프롤로그’에서 전시실 관람이 마무리된다.

2층은 동문들과 학교와의 긴밀한 협업관계와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기 위한 총동문회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회의실과 휴게실을 거쳐 왼편에는 학내 구성원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 토론회, 세미나 개최가 가능한 세미나실이 있고, 학부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첨단강의실도 갖췄다.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 간직한 대표 건물

충북연구원이 발표한 ‘충북지역 근현대 문화유산 기초조사-역사기념물·건조물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건물은 충북대의 역사를 반증할 뿐 아니라 1950년대 건축양식을 이해할 수 있고 일부 충북도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주시는 충북대역사관에 대해 박공형 지붕, 캐노피와 차량 진입경사로 등 의전공간을 둔 건축물의 중심성과 상징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며 올해 1월 청주시 미래유산에 선정했다. 청주시미래유산 23건은 시민 투표로 선정됐다.

충북대역사관은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간직한 충북대 대표 건물이자,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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