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동양일보]어느 날 갑자기 표정을 내 맘대로 지을 수 없다면 너무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평상시 표정이 일그러질 뿐 아니라 식사할 때 제대로 씹을 수 없고 음식물이 입 밖으로 흐른다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안면신경마비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혹시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큰 걱정을 하는 환자들도 많다. 그러나 안면신경마비는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1년 약 20만명에 달한다.

넓은 의미에서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의미한다. 얼굴을 이루고 많은 근육들에는 각각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데,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입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음식을 씹거나 표정을 짓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부터 얼굴 근육까지 이어진 신경 경로상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구분된다. 먼저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에 발생한 문제로 인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마비된 방향의 이마나 눈을 움직이는 데 비교적 문제는 없으나 언어장애, 반신마비, 어지럼증 등이 동반된다.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치료와 함께 뇌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진행돼야 하는 만큼 정밀한 진단이 중요하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 얼굴로 연결되는 신경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며 안면부 외 증상은 특별히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벨마비, 람세이헌트증후군 등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벨마비에 해당한다.

벨마비라는 질환명은 벨(Bell)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이름에서 따왔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다르게 한쪽 얼굴 근육이 전부 마비되기 때문에 눈을 위로 치켜뜨기 어려우므로 이마에 주름을 지을 수 없다. 입 주변의 근육과 볼의 근육도 움직이지 않으므로 음식을 섭취할 때 부자연스럽고 한쪽으로 새기 마련이다. 의사소통 시에도 발음이 새기 때문에 제한이 나타난다.

벨마비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바이러스 질환은 보통 몸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 때,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마비가 발생하고 초기 2주간은 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므로 치료가 진행 중이더라도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마비가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회복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좋은 예후를 보인다.

한방에서는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 침·약침, 한약 처방 등 통합치료를 통해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한다. 안면부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환자의 얼굴에 시행하는 추나요법으로 얼굴 근육을 정상위치로 잡아주는 신경근육 재훈련 치료다. 여기에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치료를 통해 신경에 발생한 염증을 제거하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킨다. 또한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춰 신경 재생을 돕는 한약을 처방한다.

특히 한약의 안면신경마비 치료 효과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염증 연구 저널(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안면신경마비 한약인 와사해표탕을 분석한 결과, 주요 약재로 쓰이는 택란이 신경세포에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 재생인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안면신경마비 치료 중에는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신경마비를 부르는 원인에는 스트레스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걱정스럽고 불안하겠지만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치료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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