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적절한 경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모두 우리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것입니다. 이들 기술이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계 4족(足) 보행로봇 올림픽에서 명현 한국

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카네기멜론대를 압도적 점수 차로 따돌리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명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로봇.자동화 학술대회(ICRA) 주최의 사족 로봇 자율보행 경진대회(QRC)에서 위치 추정.지도 작성(SLAM) 기술 전체 1위, 비전 분야 학계 1위 등 2관왕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별도 시각·촉각 센서 도움 없이도 계단을 성큼 오를 수 있는 보행로봇 제어기 '드림워크'(DreamWaQ)를 장착한 자율보행 로봇으로 대회에 참기했다"며 "소형 사족 보행 로봇을 사용했으나 가장 빠르게 움직이며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홍콩·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 11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가로 10ｍ, 세로 20ｍ 크기 평탄한 경기장에서 예선전이, 15도 경사진 같은 경기장에서 준결승, 모든 구간에 삼각형 블록·박스 장애물을 추가한 환경에서 결승전이 각각 치러젔다.

예선전은 구간별로 10분 내 최대 10회 왕복해서 획득한 점수를 합산하는데, 명 교수 연구팀은 121점으로 월등한 우위를 보인 반면 2위인 미국 클렘슨대학과 카네기 멜런 대학(CMU)은 각각 43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결승전에서는 명 교수 연구팀이 총점 246점을 따내 60점 획득에 그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를 사실상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전에서 원격 수동 조작을 위주로 한 팀들이 평균 약 49분의 완주 시간을 기록한 명 교수 연구팀은 자율 보행 위주로 41분 52초의 완주 시간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번 대회에 앞서 다양한 환경 속 자율보행을 위해 카메라·3차원 라이다(LiDAR) 센서·관성 센서(IMU)·관절 센서에서 획득된 정보를 모두 융합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많은 센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니컴퓨터 하나에서 강인하고 정확한 위치 추정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인지, 경로 계획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명 교수는 "드림워크가 탑재된 로봇이 극복할 수 있는 최대 높낮이 차와 로봇 크기를 고려해 경로를 계획하는 식으로 로봇이 넘어지는 상황을 최소화했다"며 "혹시라도 보행 중 넘어지면 자동으로 다시 일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강화학습 기반의 재회복 기술도 자체 개발해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진대회에서 사용된 제어기인 드림워크뿐 아니라 로봇 주변의 환경을 인지하고 적절한 경로를 찾는 기술 모두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며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