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사회에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는 잘못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그리고는 많은 사람들이 학교 교육에서 인성 교육이 부재함을 꼬집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인성 교육이라는 것이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인성 교육은 인성이 바르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강의나 시범을 통해 가르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인성은 지식이나 기능 교육처럼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 반복적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저절로 몸에 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성 교육이라는 말보다는 인성 함양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말이 아닐까?

인성 함양을 위한 환경에는 자연적 환경과 인위적 환경이 있다. 자연적인 환경이 어떻게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나타니엘 호오돈이 쓴 <큰바위얼굴>이라는 소설에서 보면 마을 앞산에 있는 큰 바위얼굴을 보면서 자란 주인공이 결국 큰바위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적 환경이 인성 함양을 위한 중요한 환경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이 풍수지리를 통해 그렇게도 명당을 찾으려 노력한 것은 바로 명당에서 훌륭한 인물이 난다는 사실을 믿은 때문이며 삼정승이 난 마을이라는 보은군 원남면 삼승리와 박사가 많이 배출된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오박사마을 들의 경우 자연적 환경이 인성 함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명 속에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을들이라 할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한 환경을 찾아 세 번 이사를 했다(孟母三遷之敎)는 이야기는 바로 인성 함양을 위한 인위적 환경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예가 된다.

옛날에는 훌륭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자연적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오늘날은 자연적 환경보다는 인위적 환경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적 환경이든 인위적 환경이든 모든 사물과 현상은 사람들이 이름을 지어 부르게 되는데 그 이름이 사물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인성 함양을 위한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이름은 인간 성장의 가장 중요한 환경이요 인생 자체이므로 너무나 중요하므로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는 매우 신중하게 지어야 할 것이다. 즉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짓거나 철학관에 가서 비싼 댓가를 지불하고 지은 이름이라야 좋은 이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인성을 함양하여 바른 인간으로 자라나고 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름이 진정한 좋은 이름인 것이다.

또한 지명의 경우에도 오랜 세월 동안 계속 변하면서 그 지명 속에 인간의 꿈과 이상, 희망, 인간의 도리, 후손을 경계하고 가르치는 내용, 바람직한 삶의 방향 등의 내용이 녹아 들어가면서 인성 함양을 위한 중요한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우리 조상들은 이를 통해 큰바위얼굴이라는 소설에서처럼 꾸준히 반복하여 보고 듣는 대상인 지명 속에 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심어서 부지불식간에 인성이 함양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먼저 인성이란 강의를 통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우며 저절로 함양되는 것임을 우리 기성세대가 자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인성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한탄하거나 학교 교육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 인성 함양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인성 함양에 해를 주는 환경을 강력히 규제하여 줄여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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