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청주 봉덕초 교감

박을석 청주 봉덕초 교감

[동양일보]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이 잡힐까. 킬러문항만 없어지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킬러문항이라는 것이 최근 일주일 남짓 교육뉴스, 아니 모든 뉴스를 통틀어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한 사람의 입에서 말이니 어찌 영향력이 없겠는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이른바 킬러문항을 출제하여 학원이 돈벌이를 하고 있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 라는 준엄한 일성이 일파만파 격랑을 일으키는 와중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입시를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과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기관장의 목이 달아났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부리나케 킬러문항 제거 등을 담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국세청은 사교육 기업의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런 모습은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을 코앞에 현장의 교사, 학생, 학부모 심정이야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올해 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 난리다.

배우지 않은,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문항을 없애겠다는데 반대하는 이들은 없다. 다들 찬성이다. 그러나 킬러문항 몇 개 없애고 대신 준킬러문항이 수두룩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킬러문항 배제 추진에 대해 세평은 이렇다. 참 옳다. 그런데 타이밍이 문제다. 꼭 이 시기에 서둘러 발표하고 추진해야 옳은가. 혼란이 작지 않다.

다른 평도 있다. 킬러문항 없앤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초고난도 문제에 대응하는 수요을 파악해 학원이 돈을 버는 문제는 사교육의 극히 일부다.

다른 사교육 경감대책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학교급별로 방과후학교나 보충학습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계속되어온 레퍼토리 아닌가.

그런데 사교육비 줄이겠다면서 사교육비 유발요인이 작지 않은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또 뭐냐고 되묻는다.

다른 분야의 사교육을 제외하고 대학 입시를 둘러싼 입시 사교육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과연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서 대책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EBS 수능 교육체제를 만들고 연계 출제를 추진했지만, 사교육이 축소되었는가. 학생들이 줄어 전국의 대학이 모든 학생을 다 뽑고도 남을 만큼 되었는데 왜 사교육은 줄지 않고 있는가.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고, 더 나은 직업 획득을 위해 경쟁하는 한 학생이 아무리 줄어도 입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입시 사교육은 대학서열화(학벌)와 지위(소득)획득 경쟁이 근본 원인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대증처방도 필요하다. 열이 난다면 우선 열을 내리기 위해 해열제를 먹어야 한다. 그러나 열이 나는 원인을 살펴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열이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조적 원인을 살펴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백년하청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인은 왜 사교육에 의존하느냐?” 챗GPT는 경쟁적인 교육시스템, 입시중심의 교육체제,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압력, 신뢰와 안정성 등을 주요 요인으로 설명했다.

살짝 바꾸어 물어보았다.: “사교육 의존도에서 구조적 요소는 무엇인가?” 그랬더니 ‘사교육 의존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사회적, 경제적, 교육시스템과 관련된 요소’라면서, ‘대학 진학 시스템, 교육부담과 압력, 경제적 요인, 교육시스템의 한계 등“을 나열했다.

챗GPT가 내놓은 답이 적확하다거나 최선의 분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평균적인 진단 중의 하나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 대책이 챗GPT가 즉각적으로 내놓은 답변을 능가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대증처방이 아니라 원인처방, 구조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한 대책이 아쉽다. 그래야 병의 뿌리를 다스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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