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등록법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의 충격 속에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이 제도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게 된다.

지자체는 이를 확인하고 일정 기간 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의료기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에 달했다.

충청권의 경우 충남 97명, 충북 79명, 대전 51명, 세종 7명 등 234명에 달한다. 매년 29.2명의 아동이 무적자가 된 셈이다. 이들 아동의 행방은 묘연하다.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는 안 된 ‘유령 아동’ 2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진행되자 의심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자체 등이 ‘유령 영아’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의뢰한 사건이 지난달 말 현재 95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가운데 출생미신고 아동 13명의 소재는 확인됐고, 74명은 여전히 소재를 파악 중이며, 8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아동 소재가 파악된 10건과 사망 4건은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으나, 나머지 대부분은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영아 사체유기 등 혐의가 드러나는 사례도 잇따랐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기 위해서라도 소재 확인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입법을 논의한 지 5년 만에 뒤늦게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지만, 충분하지 않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출산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미혼모들의 ‘병원 밖 출산’을 늘릴 수 있는 데다, 미신고 외국인 영유아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미혼모 등은 의료 기록을 꺼려 병원 출산은커녕 진료조차 기피할 우려가 크다. 미등록 아동보호의 법 취지를 거스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앞으로 시행까지 1년 남은 출생통보제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은 빈틈없이 진행돼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유령 영아’ 발생 소지를 없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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