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육당국이 올해 수능 출제 지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험생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킬러문항(초고난도문제)'이 배제된 수능 문항 모형 등을 하루 빨리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 22개를 골라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문항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킬러문항 22개 가운데 수학 문항 9개를 현장 교사들과 분석한 결과 킬러문항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문제가 3개나 있다는 것이다.

한 수험생은 커뮤니티에 "적어도 예시 문항을 줘야 한다. 핀셋 제거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대책도 없다"며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말이 없으면 어떻게 대비를 하란 말이냐"고 꼬집었다.

오히려 교육당국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수험생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교사들도 이에 나섰다. 교육부가 킬러문항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모호해 학교 현장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킬러문항의 근거를 성적별 정답률, 성취 기준 충족 여부 등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험생들은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지금까지 갈고 닦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준킬러 대비를 위해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것인지 정부의 입시제도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공교육 학습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배제해 사교육을 척결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수능이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기존 수능의 기조를 바꾸겠다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교육당국은 출제기법 고도화를 통해 킬러 문항은 없다고 말을하며 변별력은 있는 수능을 예고했다.

대학서열이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가 야기한 불안, 치열한 내신경쟁이 불러온 선행 등 국민이 사교육에 눈을 돌릴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빈대 한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식'의 정책은 안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말하는 이유를 국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