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벌이는 인명 경시 풍조가 치를 떨게 한다.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없는 이른바 ‘유령 영아’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두 명이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2015∼2022년 출생 아동 중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이른바 '유령 영아'가 2236명에 달한다고 감사원이 밝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중 충북도내에는 79명이 있다고 통보했다. 충북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지역별 사례로는 청주 11건, 충주 4건, 진천 3건, 음성 2건, 보은·단양 1건이다. 이 중 1건(청주)은 30대 친모가 병원에서 남아를 출산한 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제삼자에게 아기를 넘긴 사례로 충북경찰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나머지 21건은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대다수는 베이비박스 유기, 해외 출국, 친모·친부 소재 불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의뢰 건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아기들은 병원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주민등록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아이다.

현행 형법상 영아살해죄(형법 251조)의 형량은 살인죄보다 낮다. 일반 살인죄(형법 250조)는 사형 무기 혹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영아 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형의 상한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빈곤 등으로 양육 여건이 어렵다거나, 성폭행 등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 등 여러 정상이 참작되면서 상당수 피의자가 1-2년형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실정이다.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돼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6·25 전쟁 직후 양육하기 곤란했던 사회상을 반영해 제정된 규정이 70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영아살해죄를 보통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리하거나 최소한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영아살해죄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인명 경시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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