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동양일보]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 하지만 중간중간 날씨들은 거의 폭염 수준이다. 장마가 끝나고 7월 중순이 되면 찜통더위는 유래없이 더 대단할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꽈악 매어오는 느낌이다.

드디어 무더운, 아니 무서운 여름이다. 여름 시즌에 발맞춰 무더위에 따른 일사·열사병 등의 온열질환과 심,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어르신들과 50-60대 농부, 노동자들의 사망소식 등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을 통해 하나 둘씩 보도가 되고 있다. 이것이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게 당연하다.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2020년 온열질환자가 1만 3294명, 정말 많지 않은가?



온열질환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강한 햇빛과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피부가 빨갛게 익고 피부통증이 있거나 물집이 생기고, 몸이 기능이 떨어지거나 기온 적응과 체온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력저하, 어지럼,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보통 그늘이나 에어컨 등이 있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시원한 물, 보리차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주고 수박같은 제철 과일을 먹게 되면 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무더위 속 육체노동, 운동을 지속할 때 시상 하부에 위치한 인체의 체온 유지 중추가 그 기능을 잃게 되면 열사병으로 진행한다. 심한 경우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저하되거나 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오늘, 밭에서 일하시던 70대 어르신이 쓰러져 병원에 옮겼으나 사망하였습니다.”

여름철 자주 듣게 되는 안타까운 방송 내용이다.

열사병은 신속한 초기대응이 중요하며,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환자의 높아진 체온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서늘한 곳으로 환자를 옮기고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며, 옷을 벗겨 시원한 물이나 얼음으로 마사지하듯 몸을 적셔주어야 한다.이처럼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일사·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날씨 확인이 필수이다. 평소 충분한 수분 섭취와 무더운 날에는 가급적 외부활동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수시로 시원한 장소에서 적당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주의를 요하는 질환임을 명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혹시 여름을 많이 타는가? 여름에 취약한가?

“만사가 귀찮고, 기운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머리가 아프거나 무거워요. 어지럽기도 해요. 더위 먹었나봐요.”

여름철 자주 표현하는 말의 하나일 것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여름철 건강식으로 삼계탕을 애용하여 왔다. 이열치열의 대표주자인 삼계탕과 더불어 주하병(注夏病), 즉 여름타는 사람들에게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과 생맥산(生脈散 : 맥이 잘 돌게 한다는 의미)을 자주 활용하였다. 특히 생맥산은 인삼(人蔘), 오미자(五味子), 맥문동(麥門冬)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력을 보충하고 수분을 보충하며 땀 흘림과 관련된 여러 가지 대사를 원활히 하는 여름 보약의 하나이다. 최근 필자가 집앞 1시간 산행을 위해 챙기는 1순위 준비물이 바로 얼린 생맥산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맥주 한잔도 도움이 되겠지만, 과한 경우 탈수 혹은 심계항진을 유발하거나 예상치 못한 다른 질환도 발생할 수도 있다. 수년전 외국저널 보고에 의하면 생맥산이 세포재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무더위에 지친 세포의 활성을 되찾게하는 여름철 생필품 목록에 넣어두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5천년 전에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이라 일컫는 <황제내경 (黃帝內經)> 소문 제 2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보자.

“여름은 번수(蕃秀)라 하고, 1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계절이다. 더위가 심하다보니 심장에 무리가 잘 온다. 화나 흥분을 금하도록 해야한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되 몸의 양기를 외부 기온에 적절히 맞춰야한다. 찬 음식을 찾기 마련이나, 도리어 배탈,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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