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교육학박사

김시진 교육학박사

[동양일보]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성안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했다. 별다른 관심 없이 길을 가는 시민들 속에서도 서명을 하기위해 일부러 간이 책상을 찾아 준 분들은 고사리손을 붙잡고 온 부모들이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그들이 살아 갈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이기에,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 그들이 살아 갈 세상을 지키고 싶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로 시끄럽다. 안전에 대한 우려와 괴담이라는 극단적 대립 사이에서 방사능 물질의 종류와 기준치, 농도 등을 읽어가며 무엇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일본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정부의 태도가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바다라는 생명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주변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데 잠재적 위험을 걱정하는 국민들 앞에서 우리 정부는 한 번도 일본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적이 없다. 여전히 논란이 많은 문제에 대해서 괴담에 선동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수산시장에서 수조물을 퍼먹으며 안전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의 태도에 늘어나는 것은 국민의 한숨 뿐이다.

물 한 병에 잉크를 풀어도 되돌리기 어렵다. 일단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다시 담을 수 없는 문제다. 방사능 물질이 개입된 재난은 그 여파가 몇 세대, 수 십년 동안 여파를 끼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지구 공동체, 인류의 생명과 안전에 거대한 위협이다. 당장 내가 걱정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미래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OECD 2030 환경전망보고서에 따르면, 7년 뒤 지구의 상태는 ‘적신호’에 가깝다고 한다. 생태계의 질이 훼손되고 온실가스 배출이 심화되어 도심대기질이 인간의 생명활동에 피해를 입히는 단계로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

‘지구는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하는데, 방사능 오염수 약 130만톤을 앞으로 약 30년간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한 국가의 이기적인 계획에 왜 우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더 철저하고 까다롭게 대응해야 한다. 과학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정부가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일본의 편익도, 외교적 관계도, 국내 정치도 아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이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지구와 생태계에 대한 환경교육,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검증하며 중심을 잡는 미디어 교육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에 나서게 해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바르게 해석해 비판적으로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기후변화, 식량 위기, 난민, 다문화, 인구와 사회 구조변화 등 미래세대 삶과 직결되는 의제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망치는 일에 단호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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