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요즈음도 더러 약국에 들리게 되면 작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대개 카운터 앞에 붙여 두었는데, ‘기생충약 봄가을로 한 번씩 드세요’. 약국의 이 안내문을 보고 사람들은 조금 혼동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기생충 퇴치에 성공 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하는 것인지?



뒤를 앞으로 내어 먼저 말해 보자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지금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먹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먹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에 기생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우연히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도를 가지고 있다.



민물고기는 날것으로 전혀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모든 하천에는 기생충으로 부터 안전한 민물고기가 따로 있지 않다. 이 중 간흡충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민물어종은 간흡충 피낭유충을 근육속이나 비늘아래, 지느러미 등 곳곳에 숨겨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민물고기에는 간흡충 이외에도 여러가지의 장흡충이 있을 수 있어서 유행지 이외의 곳에 살던 사람이 날 것으로 먹게 되면 예상외의 설사병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간흡충이나 장흡충 이외에도 악구충 등 희귀한 기생충 감염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민물고기는 어떠한 경우든 입에 대지 않는다.



사람에 들어온 간흡충은 십년 이상 살수도 있기 때문에 과거에 민물고기를 생식한 사람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있을 수 있다. 충체가 몇마리 감염되지 않은 경감염일 경우 그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 의구심만 가득할 뿐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를 경우가 있다. 가까운 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에 들러 안내를 받고 처방을 받아 구충하면 된다.



간혹, 과거 유행지에서 민물고기회를 파는 측에서 예방약을 한알 건네주는 수도 있었는데 예방효과가 과학적으로 분명히 밝혀진바 없고, 간흡충에 사용하는 특효 프라지콴텔은 의사의 처방없이 구할 수도 없는 약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효용성이 없는 방법이다. 날 것으로 절대 먹지 않는 것이 필자의 변함 없는 예방책이다.



바닷고기는 날것으로 먹을 때가 있다. 연어회나 광어회를 먹을 때 필자는 사양하지 않는데, 대신 살점을 잘 살피며 먹는다. 어려운 일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연어를 먹을 때 하얀 실타래가 뭉친 듯 덩어리져 있는 것을 보게되면 긴촌충(동해열두조충)의 애벌레인 것을 의심하고 가려 먹는다. 필자가 기생충학자라서 쉽다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긴촌충 애벌레”, “fishtapeworm larva”로 검색하여 모양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바닷고기를 그렇게 살펴가며 먹는 것으로도 물론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혹 긴촌충이 감염된다고 하여도 조만간 발견되기 마련이다. 약 3개월 정도의 성숙기간이 지나면 가끔 긴 몸통의 일부가 끊어져 나오면서 발견된다. 5미터 내외의 긴 충체를 유지하려면 필요 이상으로 자란 충체를 스스로 끊어내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긴촌충은 옆으로 넓은 마디를 가지기 때문에 충체가 잘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놀램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항문을 통하여 배출 되다가 중간에 걸려서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기 십상이어서 감염자는 놀란 나머지 정신없이 당기게 되는데 너무 세게 당길 경우 끊어져 도로 들어가 버린다.



감염자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나오다가 끊어졌는지 히스토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어떤 기생충에 감염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충체를 본인이 의료진에 가져와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약 1미터 내외의 끊어진 충제를 병에 넣고, 상하지 않게 할 목적으로 소주까지 부어서 들고 오는 것이다. 진단에 크게 도움을 주는 일이어서 본인에게 이로운 일이다.



충체가 없더라도 물론 메디체크에 가면 대변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니 의료진의 처방약으로 치료하면 된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중간에 끊어진 것을 오인하여 충체가 빠져서 근절되었다고 믿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촌충은 머리부분만 남아 있으면 몸체는 언제든 다시 자라나서 3개월 이내에 원래의 길이로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혹, 근절되었다는 오해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머지 않아 ‘놀램증’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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