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화가

정명희 화가

[동양일보]우리나라의 중앙 집중적 체제에 대한 병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온통 서울에 편중되어 있기에 나온 말이다. 오죽하면 “서울공화국”이란 별칭이 붙여졌을까. 그래서 예부터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란 말이 있을 정도가 아니었던가.

제주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금년 8월 5일부터 10일까지 제주문예회관에서 개최될 ‘제33회 한국화동질성전(위원장 김승범)’은 다르다. 그것은 요 몇 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딛고 작년 대구전에 이어 전국적인 대규모 한국화 전시축제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한국화 동질성전’은 1991년 대전에서 결성되어 창립전을 개최한 이후, 30년을 훌쩍 넘어선 한국화 단체로는 보기드믄 연륜을 가지고 있는 전무후무한 전국규모의 미술단체다. 이 단체의 특징은 모든 것이 서울이 아니고는 존재유무가 신통치 않은 체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지방 중심적 행사로 바꾸어보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지금까지 지방이라는 말 자체가 전근대적으로 들릴 만큼 낙후된 개념이 아니라, 통속적이고 관념적인 서울중심의 행사를 뛰어 넘어 진보적인 전시를 보여줌으로 한국화의 정체성을 되찾고 조형적 동질성을 회복시키자는 의도로 결성되어 차세대 한국화단을 이끌어나갈 단체인 까닭이다.

한국화의 발전과 지방도시 활성화를 위해 대전에서 나(정명희1945~ )와 대구의 정치환(1942~2015), 광주의 김대원(1949~ )등 세 사람이 뜻을 모아 한국화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찾아 서울중심의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탈피로 국제적 위상을 공고하게 하는 한국화로 거듭 낳을 것을 결의했다. 창립전 당시 30대부터 70대까지 각각 1명씩 뽑은 대표작가 5명씩 세 도시 15명으로 창립회원이 구성되어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을 했었다. 그리고 지역도시중심으로 매년 개최지를 바꾸는 순회전은 지방색을 배척하고,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는 아방가르드한 매력에 한국화의 판도가 출렁거렸다는 평을 들었다. 혁신적 변화에 고무되어 현재 참가도시가 부산, 전주, 제주, 청주, 강릉 등 모두 8개 도시로 늘었으며, 회원도 각 도시회원 15명에 전체회원이 120여명에 이르렀다. 전시마다 대작위주의 작품들을 경쟁적으로 출품하므로 작품의 질이 현저하게 좋아졌기에 회원 간의 자긍심을 부추기는 계기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또한 ‘한국화동질성전’은 지역도시 중심의 단점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중국과의 연합전과 두 번의 서울전을 개최한바 있다. 금년 8월의 제주전은 그간의 격조했던 회원 간의 친목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한다. 그것은 한차례 태풍과 코로나 등으로 오랜 기간 격조했던 제주 미술계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6.10~7.10)에는 대구의 정치환미술관에서 작고한 ‘정치환’ 선생의 회고전과 함께 작품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1949~ )과 화가 이중희(1946~ )의 기조발표에 이어 미술사학자 홍원기(1957~ )와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진지하게 조명한바 있었다.

미술계에 다시 불붙은 ‘키아프’ ‘프리즈’ 등의 아트페어 열기가 편승되며 ‘한국화동질성전’의 다음 개최지의 선정을 놓고 벌써부터 물밑경쟁을 한다는 뒷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오는 9월에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국제적인 두 아트페어의 전초전일 수밖에 없는 ‘한국화동질성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차제에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한 전위부대 격인 ‘한국화동질성전’의 회원이란 자긍심을 높여줄 것을 재삼 당부한다. 현재 국제적 조형개념은 지극히 개성적이며 평화와 공생을 통한 탈이념의 독자성이 돋보이도록 도시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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