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며칠째 쏟아진 비에 피해가 막심하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많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번 폭우로 청주 미호강 제방이 터져 침수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통해 17일 오전 10시 현재 4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됐다. 이들 중에는 앞서 사망자 5명이 나온 747번 급행버스의 50대 기사도 포함됐다.

이로써 이 사고 관련 누적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또 배수가 완료되면서 침수 차량도 애초 15대에서 1대 늘어난 16대로 최종 확인됐다.

공공기관 입사시험 보러 가는 처남을 격려하려고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에 함께 오른 30대 초등학교 교사, 세종시에서 오창읍으로 출근하던 40대 치과의사 등이 오송읍 지하차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초등학교 교사는 두 달 전에 결혼한 새신랑이었고, 치과의사는 노모에게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 효자이자 쌍둥이를 포함한 세 아이의 아버지다.

이미 많은 비가 예고됐는데도 또다시 수십 명의 귀한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재(人災)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수 시간 전에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지자체에 교통통제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때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화를 키웠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전부 재난 문자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홍수 경보가 내려진 이후 5시간 동안 도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대목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를 수습한 후 철저히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호우로 하천이 위험 수위로 급속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지하차도 통행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곳은 지대가 낮아 침수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곳이었다. 재난 상황 속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할 행정당국의 ‘행정부재’에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반복되는 비극에도 예고된 재난에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근본부터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관행적, 땜질식 대응에서 벗어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쇄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에 대비해 평소에 배수시설 점검 등 안전시설 관리도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위험 예측과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난대비 시설 기준도 새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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