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동양일보]2017년 7월 16일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끔찍한 재난이었다. 무심천 하상도로도 범람 위험으로 전면 통제되었고, 미호천 일대에 홍수경보까지 발령되었다. 주요 도심 저지대 지역까지 침수되었다. 그리고 폭우로 인한 지반 약화로 인해 청주 전역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되었다. 무심천, 미호천 지류에서 범람의 위험이 고조되던 순간에 서청주교사거리 인근의 석남천이 범람했다. 부유물과 공사 설치물로 흐름이 둔화된 물이 일대를 덮치기 시작한 것. 인근에는 산업단지 오폐수 저장소가 있었는데, 물이 그곳까지 도달했다. 하마터면 그 오폐수가 넘쳐 금강 전체를 오염시키는 끔찍한 환경 재앙이 일어날 뻔했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다. 오송 일대의 도로는 토사와 부유물로 덮여 폭염에 대규모 복구가 시작되었다.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에 이어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과로로 50대 환경미화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다.

당시 청주시가 제대로 대비했는지, 비판이 빗발쳤지만 워낙 기록적인 폭우라 자치단체만을 탓하지 않는 시민정신도 돋보였다. 정작 시민을 화나게 한 것은 폭우가 시작되고 이틀 뒤에 충북 도의원 4명의 외유였다. 안하무인 도의원들의 행태는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올해는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에서의 명품 쇼핑이 또 말썽이 날 조짐이다. 올해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내린 비의 누적 수량은 청주의 경우 438mm다. 이 역시 기록적인 폭우지만 시간당 최고 90mm를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많은 강수량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미호천 인근의 오송 지하차도에서 벌어진 피해는 2017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이번에는 제방이 유실된 데 이어 범람과 지하차도 침수로 이어지는 과정은 과거 어느 폭우 당시보다 치명적이다. 2020년과 2022년에도 시간당 50mm 이상의 호우가 찾아와 충북도와 청주시는 수시로 이런 사태를 대비하고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폭우 사태를 보면 지난 6년간 청주시가 무엇을 대비했는지 의문이다. 폭우가 예상되는 시기에 제방 공사를 진행하여 위험을 고조시켰고, 폭우 경보를 전달받고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의 폭우 대비는 기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느려터진 대응이다. 지구의 이상 기온과 기후 변화는 너무나 속도가 빨라서 향후 폭우와 태풍, 이상 고온과 같은 대규모 재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관료적 절차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적절한 대비책이 될 수 없다. 폭우는 전국에 산사태로 이어진다. 지금껏 지역에서 난개발과 무분별한 녹지 훼손으로 인한 축대 붕괴와 산사태 위험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앞으로 도시 계획에 있어 기후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그 재앙의 범위와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지자체의 정책은 주로 성장을 위한 개발에 거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안전과 생태에 관한 관심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도 이런 실태는 미래 세대에 재난을 유산으로 남기게 된다. 우리가 이제껏 눈앞의 이익과 성장의 신화에 깊이 중독된 결과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재난의 악몽은 매년 반복된다.

매년 여름의 반복되는 재난을 앞에 두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단기적으로 재난 관리에 유능하고 튼튼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기능을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개조하는 안목이 요구된다. 현대의 정보통신 기술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안전 스마트 시티를 모색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경외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회복탄력성의 공간, 환경친화적인 생태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충청 지역은 회복의 도시가 되어야지 난개발의 도시가 폭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직선의 사고방식이 폭우보다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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