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잔잔한 호수 위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낭만적이지만 낚시라고 하는 것은 물고기들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3초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용한 인간의 속임수라는 생각을 한다면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고기는 인간이 던져 준 미끼를 먹으려다 낚시바늘에 걸려 발버둥치다가 주둥이가 찢어지면서 구사일생 낚시바늘에서 벗어나 도망치다가도 3초가 지나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되돌아와서 미끼를 물고는 결국 인간에게 잡히고 마는 것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까마귀의 지능은 물고기에 비해서 엄청나게 높다고 한다. 이러한 물고기나 까마귀에 비하면 인간의 뇌는 월등히 우수하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많은 것을 상세하게 기억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의 기억을 대신해 주는 컴퓨터가 발명됨으로써 인간은 엄청난 지식을 축적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휴대폰에 컴퓨터의 기능을 더하여 소형 컴퓨터라고도 불리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였다.

전화 통화를 비롯하여 문자를 통한 의사 전달, SNS를 통한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전화 번호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메모, 각종 정보의 저장 등의 역할을 하다보니 이제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기억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수단이기에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고 인간의 몸의 일부가 되었다.

인간의 몸 중에서도 기억을 담당하는 머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분실하게 되면 큰 낭패를 겪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역할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한 인간이 살아온 인생의 기억은 머릿속에 존재하지만, 그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사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낡은 앨범 속에서 빛 바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겠는가?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카메라의 발명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오늘날은 스마트폰이 나와서 언제 어느 때나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 내가 살아가는 흔적을 남길 수 있으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사실도 사진을 찍어서 인증샷을 하지 않으면 영상이 지워지듯이 영원히 없어질 것만 같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없이는 살아가기가 매우 불편한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각종 편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들어가려면 본인이 직접 가도 본인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이 있어야 증명할 수 있는 상황을 겪게 되니 로봇이 인간 사회를 지배한다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의 영화가 생각난다.

이밖에도 트론, 오블리비언, 엑스마키나, 채피 등의 영화가 계속 나온 것을 보면 인간이 만든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

더욱이 요즈음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챗GPT가 인간의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지배하고 있으니 스마트폰의 발전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스마트폰을 놓고 나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불안하여 도로 집으로 가서 가져와야만 마음이 놓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지하지 말고 스마트폰 없이 하루 정도는 생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을까? 스마트폰을 분실하더라도 안절부절하면서 세상을 다 잃은 듯 낙심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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