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봉덕초등학교 교감

박을석 봉덕초등학교 교감

[동양일보]기계적 로봇이 되었든 인공지능 로봇이 되었든 로봇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 속에서 살고 있다. 기계 로봇은 이미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공지능 로봇도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특히 챗GPT로 대표되는 자연어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쓰나미라고 할 만큼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한 걸음 떨어져 있고 첨단 기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교육계도 점차 이러한 영향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교육청 주관이 정책 강연에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이 늘어나고, 급기야 5월 말에는 교육부가 ‘챗GPT 활용에 따른 주의 사항 안내’라는 공문까지 시행하였다.

이 공문은 챗GPT를 활용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정보 유출을 경계하며 올바른 활용 방법 및 주의 사항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인공지능에 대한 흥미가 새로워져서 책을 한 권 구입해 읽기도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 두엇을 활용해 답을 찾아보기도 했다.

“로봇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Should robot replace teacher?)” 라는 책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었다. 초기 기계 로봇의 출현할 때부터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계속되어 왔기에 질문 자체는 별로 새로울 바가 없다. 그러나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간주되어 온 교육에도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이러한 질문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에는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교육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자본의 의지가 있을 것이다. 기술과 자본 분야에 있는 이들은 늘 그렇듯이 기술의 눈부신 가능성과 능력, 효과를 과장하며,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이러한 양상을 ‘기술만능주의와 자본의 탐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개별화된 학습, 즉각적인 피드백, 학습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 쉬지 않고 일하는 경제성 등이 로봇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전문적인 인간 교사는 길러내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개별화 교수(teaching)나 즉각적인 피드백 등이 부족해서 학습자의 학습을 촉진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사람을 지극히 닮은 기계 로봇이나 인공지능 로봇조차도 주로 인지적 영역의 학습에 국한해서 활용되고 있을 뿐 학습자의 행동과 관련된 생활지도나 심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은 아직도 분명히 인간 교사의 영역이다. 더구나 인지학습의 영역에서도 로봇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로봇은 학습 동기나 학습 의욕에는 무관심하며, 학습자에게 학습의 가치를 일깨우지도 못한다.

이 책에서는 교실 자동화와 관련된 발전 속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 교사의 장점을 몇 가지 열거하고 있다.: 첫째, 인간 교사로부터 배울 때 생기는 이점, 교사가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과 학습한 과정(기억)을 통해 학습자가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지적 연결을 만드는 교사의 능력이다. 교사와의 대면접촉을 통해 학습자는 다른 인간의 두뇌로 사고하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인간 교사의 사회적 관계능력이다. 가르치는 것은 교사와 학습자 모두의 상호책임을 수반한다. 교사는 관계를 형성하고 동기부여, 흥미유발, 학습의 상호책임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넷째, 인간 교사는 의견을 내고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경청하도록 이끌고 지원하는 교사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다섯째, 인간 교사가 자신의 몸으로 수행하는 능력이다. 교사는 신체를 활용하여 수업에 활력을 주고, 조율하고, 학습에 집중시킨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즉흥적으로 하고 실행하는 인간 교사의 능력이다. 미리 계획한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하는 일을 조정한다.

인간 교사만이 가지는 분명한 장점이 있음에도 피지컬 로봇이든 인공지능 로봇이든 로봇이 점차 교육 속으로 들어오고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로봇이 교육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선택 사항이기는 하되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어떤 종류의 로봇을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고 활용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가진 학습자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실천할 수 있고 사회의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것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소통, 대화와 협력의 능력을 가진 인간을 육성하는 것 또한 교육의 분명한 소임이다. 지금으로선 로봇이 교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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