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최근 발생한 수해참사는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인재이자 참극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이 빠지고 수해피해가 집계되며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련기관의 늦장대응으로 어처구니없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말뿐인 안전한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이 그러하다.

이번 사고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데 무게가 실리면서 관계당국을 향한 비판도 거세다.

특히 충북도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인 김영환 지사가 도청에 마련된 오송지하차도 수해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실언을 하는 등 사건 발생 직후 충북도, 청주시, 경찰 등의 책임공방도 공분을 사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청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전화로 홍수 경고를 전달받고 시청과 읍사무소에 조치를 했다면서 도로는 충북도 소관이라고 했다.

도로관리 주체인 충북도는 워낙 짧은 시간에 물이 들이닥치다 보니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경찰은 한술 더 떠 도로 통제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동도 안하고 한 것처럼 허위보고한 것이 국무조정실 감찰에서 드러나 대검찰청의 수사를 받는다.

그렇지만 그래도 곳곳의 수해현장 미담사례가 감동을 주고 있다. 한명의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한 살신성인 정신은 물난리 현장 곳곳에서 빛났다. 오송궁평2지하차도에서 트럭기사와 증평군청 공무원이 그랬고 괴산댐 월류로 물이 집으로 차오르는 일촉즉발 상황에서 주민들을 업어 대피소로 안전하게 피신시킨 괴산댐 상‧하류지역(청천‧칠성‧불정‧감물면) 면장과 직원들의 빠른 대처가 그러했다. 이비규환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행동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번 참사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관계기관들도 이들의 살신성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우리 사회는 분명히 살 만한 곳이라는 감동과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참극으로 목숨을 잃은 유족과 희생자의 넋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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