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김사우의 덕산구곡시(德山九曲詩) 1

첫째, “모방이 창조,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영원불변의 창의법칙이다. ”이진옥(李鎭玉 1829~1899)이 지은 덕산구곡시의 운(韻)에 맞춰 시를 지은 사람이 두 사람 있다. 55)회와 71)회에서 소개한 바 있는 박노중(朴魯重 1863~1945)으로 지금의 청주시 흥덕구 신성동에 살았다. 성남천에 성남구곡(城南九曲)을 정하고 성남구곡시를 지었다. 한 사람은 이번호부터 소개하는 김사우(金思禹 1857~1907)로 지금 청주시 청원구 오창면 주성리에 살았다. 그는 구곡을 정하지는 않았다. 구곡시에 차운을 하여 시를 지을 정도면, 남들이 구곡을 정하고 구곡시를 짓는 것을 모방하여, 자기 고향 오창에 구곡을 정할 만도 한데 그런 내용이 문집에는 없다. 확실한 것은 이 세 사람을 통해 당시 즉 조선말 청주지역에 거주하는 유학자들의 구곡에 대한 인식과 교유관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김사우가 지은 「덕산구곡시」를 보게 됐다.

둘째, 김사우는 덕산구곡시에 차운하여 시를 지었다. 먼저 김사우, 일명(一名) 김시묵(金時默) 에 대해 알아보자. 그에 대해 먼저 소개한 공을 존중하여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수록한 내용을 인용하기로 한다. 김사우의 본관(本貫)은 안동. 자(字)는 인부(仁父), 호(號)는 용암(勇庵). 아버지는 선공감역 호벽(好璧)이며, 어머니는 밀양박씨로 호준(浩準)의 딸이다. 전우(田愚)의 문하(門下)에서 수학(受學)하였다. 1905년 을사조약(乙巳條約)체결 이후 통분을 금하지 못하고 병으로 죽었다. 효학(孝學)을 겸비(兼備)한 학자(學者)로서 당시 학계(學界)에 명망(名望)이 높았다.

셋째, 그의 문집에 관한 내용이다. 그의 문집《용암유고(勇庵遺稿)》 7권 3책 활자본이다. 이 책은 1984년 손자(孫子) 덕회(德會), 명회(明會) 등이 편집(編輯), 간행(刊行)하였다. 서문(序文)과 발문(跋文) 모두 김세기(金世基)가 썼다. 권1-3은 서(書) 202편, 권4는 잡저 64편, 권5-6은 잡지(雜識)로 경설(經說) 7편, 권7은 서(序) 7편, 기(記) 3편, 명(銘) 1편, 발(跋) 1편, 제문 10편, 시 81수, 부록(附錄)으로 행장(行狀), 행장발(行狀跋), 묘갈(墓碣), 제문(祭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書)중 상간재선생(上艮齋先生), 답전선생(答田先生) 등은 대부분 학문에 관한 토론내용이다. 심성(心性)과 학문, 주기(主氣)와 허령심(虛靈心), 만물일체(萬物一體)와 이기(理氣), 체발(剃髮)과 의리(義理), 달덕(達德)과 이심(理心), 성사심제(性師心弟), 인심과 도심등 성리학(性理學) 전반에 걸쳐 논의하고 있다. 사문문답(師門問答)은 지각과 마음, 각식(覺識)과 심지(心智), 지각과 성(性), 기정진(奇井鎭)의 견해 등을 다루고 있어 당시 전우학파(田愚學派)의 주기적 처지(主氣的 處地)를 살필 수 있다.

넷째, 한편, 잡저의 명도식인편설(明道識仁篇說), 생지위성주설(生之謂性註說), 용력어인설(用力於仁說), 대학정심설(大學正心說), 달덕설(達德說), 취정록(就正錄) 등에서는 선현(先賢)의 학설(學說)을 훈고(訓考)하여 이기의 문제를 다루었다. 추담별집부록(秋潭別集附錄)은 전우가 시의(時義)에 대하여 저자(著者)를 비롯한 제자(弟子)들에게 보낸 글들을 모은 것인데, 창의(倡義)와 도학(道學)의 문제를 논변(論辯)한 내용으로 전우학파의 처세와 갈등을 고찰할 수 있다. 이밖에 잡지에서는 중용(中庸)과 사서(四書)의 의의를 깊이있게 다루었다. 시(詩) 유화양구곡운(遊華陽九曲韻), 덕산구곡(德山九曲), 십이난화(十二蘭畵), 십송화(十松畵) 등은 도학자의 심성수양을 의탁한 내용으로 주목된다.

다섯째, 다음엔 김사우가 지은「덕산구곡시」를 감상해보자. “이미 있는 것을 많이 알면, 새로운 것이 많이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