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학작품들이 러시아 독자들에게 널리 읽혀지길”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러시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보람입니다.”

대학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전공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 것이 시작이 돼 이제는 문학으로 러시아와 한국을 잇고 있는 김혜란(47‧사진) 러시아 모스크바고등경제대학 한국학과 교수.

김 교수는 최근 용혜원 시인의 시집 <용혜원 대표시 100>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любовь>(류보비‧사랑)를 러시아 현지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김 교수가 번역해 엮었다. 사랑에 관한 용 시인의 100편의 시가 김 교수의 손을 거쳐 특별한 러시아어 시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 시집은 러시아 아마존으로 불리는 온라인몰 오존(OZON)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어 화제다. 원래 김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펴낸 책이지만 K-컬쳐의 인기를 반영하듯 일반 독자들에게도 인기다.

지난해 김 교수는 민족민중문학의 선구자이자 한국 디아스포라 원조로 알려진 포석 조명희(1894~1938) 선생의 삶과 작품, 논문 등을 러시아로 번역한 <조명희의 삶과 작품:낙동강>을 출간해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김 교수는 동양일보를 찾아 “조명희 선생의 작품은 한글로 쓰여졌는데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한민족(고려인)의 실정은 안타깝게도 현재 그의 작품을 한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소수”라고 안타까워했다.

조명희 선생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최근 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에 자신이 소장하던 자료를 기증해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기증자료는 재소 한인문학 건설에 힘썼던 조명희 주필의 원동조선인문예작품집록 <로력자의 고향>(1934), <로력자의 조국>(1937)이다.

울산이 고향인 김 교수는 대구가톨릭대(옛 효성여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러시아 푸쉬킨 언어학대에서 언어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러시아에 정착한 그는 모스크바 세종학당1(원광한글학교),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러시아 인문대학 등에서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가족으로는 이탈리아인 남편 알베르토 콘테(54)와 3남이 있다.

그는 “뛰어난 한국의 문학작품들이 러시아의 많은 독자들에게 더 널리 읽혀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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