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모 문학박사·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

강찬모 문학박사·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

[동양일보] 한국근대문학과 디아스포라문학의 선구자인 포석 조명희 선생의 선양 사업이 획기적인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국내 대표 IT통신 기업인 LG유플러스가 국가보훈부와 협업하여 2020년부터 4년째 진행해 온 광복절기념 캠페인에 포석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캠페인의 취지는 독립운동가 중 문화 예술의 주요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치적 사회적인 제약 때문에 정당한 평가에서 소외된 4명의 인물을 선정하여 그들의 삶과 문화 예술 세계를 ‘미디어 아트’로 제작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아리랑’의 나운규, 역사에서는 ‘기려수필’을 쓴 송상도, 미술에서는 광복군 화가 최덕휴 선생이 각각 선정되었으며 포석은 문학 분야를 대표했다. 올해의 주제는 ‘당연하는 않은 일상 시즌4, 나는 독립운동가입니다’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로 담았다.

캠페인의 진행 과정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구분되는데 기간은 3주 동안(8.1~ 8.20.) 진행된다. 오프라인은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 틈 byU+복합문화공간' 4층 전시장이며 온라인은 SNS 콘텐츠로 업로드 된 카카오 네이버 등 주유 포털 사이트를 통해 미디어아트를 동시에 송출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포석의 삶과 문학세계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진천에 있는 포석조명희문학관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나 공간 이동에 따른 번거로움과 다소의 제반 경비 발생은 적극적 방문을 주저하게 하는 원인인데 특히 온라인 홍보는 이를 일거에 해소하는 그야말로 찾아가는 문학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가히 미증유의 혁명적인 파급력을 갖는다. 가만히 앉아서 혹은 이동하면서 휴대폰 하나로 특정한 시기에 SNS를 통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동시다발적으로 포석의 삶과 문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수도 그것도 강남의 한복판 그것도 LG라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참여해 포석의 삶과 문학세계를 높은 식견으로 구현한 미디어아트를 광복절을 전후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경사스러운 일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리 만무하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연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필연’으로 이어지기 위한 누군가의 쉼 없는 부단한 노력과 수고가 축적된 결과다. 한마디로 안과 밖에서 동시에 쪼는 노력, 즉 ‘줄탁동기(啐啄同機)’의 절실함과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포석조명희문학제가 1994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30회째 개최되었는데 포석 선양 사업 30년 만에 국가와 사회로부터 명실상부하게 공식적으로 인정돼 광복절이란 국가기념일을 전후로 하여 거국적인 캠페인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눈물겨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할 때 누군가가 숨 숙이며 먼저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한 작은 메아리가 눈덩이처럼 부피를 더해간 30년 세월이 낳은 자랑스러운 쾌거다.

이 같은 낭보는 포석조명희문학제(5.10.)가 끝난 다음 날인 5.11일 당시 국가보훈처 담당자가 문학관으로 한 통의 전화를 하면서 비롯되었다. 이어 청주에 사시는 가까운 혈족과 담당자가 연결이 된 후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워낙 사안이 중대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불가피하게 소수 관계자 이외에 대외비로 해야만 했다. 이후 LG유플러스 마케팅 담당자들이 문학관을 방문하여 문학관 주변과 전시실을 둘러보며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 촬영한 다음, 따로 시간을 내 캠페인의 의의와 취지를 청취했고 포석의 삶과 문학에 대한 진천군의 의지를 전달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번 캠페인을 분기점으로 포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리라 확신한다. 과거엔 포석을 몰랐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지만 이젠 포석을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를 향한 관심이 구체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대상과 사물의 탐구는 그것을 알기 위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사람 특히 역사적 인물에 대한 탐구는 그 인물을 알고 난 후에 생기는 궁금증이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캠페인처럼 대중을 염두에 둔 조직적인 캐치프레이즈가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은 바로 본 캠페인에 선정된 포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점진적 시선의 변화 과정일 것이다. 또한 이것이 국가의 공적 기관이 주체가 되어 펼치는 캠페인의 힘이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포석 조명희다. 이런 인물이 생거진천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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