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영 수필가

민미영 수필가

[동양일보]요샌 출근을 일찍 하게 되어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주일엔 비가 종일 내려 갈 곳도 없어 책만 읽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저자 류시화 시인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예전에 이분의 글을 읽으면 현실 도피적이며 명상에 심취하고 인도나 네팔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 그래서 책 쓰고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어보니, 사람은 누구나 아픔과 상처, 흔들림, 후회하면서 성장한다는 거다.

"우리는 자주 오해받는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봄마다 껍질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 나무와 같다. 우리의 정신은 끊임없이 젊어지고 더 커지고, 더 강해진다."라는 문장도 꽤 가슴에 와닿는다.

여행을 즐기든, 현재 위치에서 묵묵히 일만 하든, 사람은 날마다 조금씩 성장한다. 물론 어디서나 예외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여행을 했을 때 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꼈다. 자기의 의견을 강하게 내지 않으면서 친구들을 배려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잘 웃었다. 웃음은 여행을 행복하게 해주었고, 돌이켜보면 웃음은 여유와 관심이었다. 나보다는 타인, 친구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편안함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들을 보며 좋은 친구가 옆에 있음에 한없이 감사했다.

보잘것없는 듯 보이는 일상. 매일 똑같지만 우리는 그 똑같음을 말없이 끈기 있게 지냄으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이한다. 예전에 힘듦을 이겨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매일 세끼를 해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주어진 일상을 지내는 일이라고 들었다. 그게 무슨 큰 힘이고 원동력일까?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면 지루한 일상을 변함없이 해 나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엄마들이 날마다 세 끼 식사 준비하는 걸 보면 숭고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나부터도 세 끼 식사하는 일이 귀찮고 번거로워 자주 거른다. 대신 밖에서 먹는 식사가 많아지고 있다. 집에서 먹든, 나가서 먹든 함께 하는 사람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일은 중요하다.

가장 평범한 일상의 순간은 지나고 보면 가장 위대한 것이 되며, 모든 아침은 새로운 아침이다. 그 새로운 아침을 우리는 지겹다거나 따분하다고 표현하지만, 내게 주어진 그 아침은 소중하다. 어떤 시인은 ‘하나님 내일 아침에도 잊지 말고 깨워주세요’라며 삶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사실, 아침마다 잊지 않고 깨워줘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은 큰 축복이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난 괜찮아'라고 생각한다. ‘난 괜찮아’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당신도 괜찮은가요?'하고 묻게 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니 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늘 인사처럼 오늘은 어떠신가요? 라며 건강 상태와 심리상태를 묻곤 한다. 늘 같은 질문이지만 내가 그들에게 보내는 관심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나를 넘어서 타인을 향해 따뜻한 눈빛으로 그들의 안부를 물으며 관심을 두어보자.

“당신의 하루는 오늘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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