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순살 아파트’라는 신조어가 나올줄은 몰랐다. 21세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안아야 하는 이 참을수 없는 부끄러움은 누구 몫인가.

공주시 월송 LH 임대아파트를 비롯해 전국 15개 공공주택단지에서 건물 골조의 철근이 누락됐다고 한다.

그 중 충청지역은 공주월송 A4를 비롯해 충북의 음성금석 A2, 아산탕정2-A14,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 4개 단지로 확인됐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붕괴된 게 엊그제 일인데 여전히 벌어지는 후진국형 부실을 언제까지 보고 들어야 하는지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사기업도 아닌 국가 공기업에서 지은 아파트가 그모양이니...

수십 년 전 발생한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와 비교해 별반 달라지지 않은 주먹구구식 공사 관행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해당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의 불안감이야 오죽 클까. 한밤중에 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지지나 않을까 겁 나서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겠는가 말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관리·감독 등 사업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제가 드러난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 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철근을 넣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부실 공사의 원인이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관련 업체들의 실력 부족이나 무능 때문인지는 제대로 조사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 공무원·업체가 유착해 이권을 주고받는 카르텔 구조 탓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라는 점에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니 이제 지켜볼 일이다.

LH 현직에 있을 때는 퇴직자가 있는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퇴직 후에는 관련 업체에 들어가 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는 식의 행태가 LH 주변에 만연해 있다면 발본색원해 부패와 부실의 싹을 잘라야 한다.

평생 벌어 어렵게 장만한 내 집, 그게 전 재산인 우리 서민들이 잠 만이라도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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