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서 이용 제각각…‘기관 간 통화’ 취지 무색
정우택 “오송 참사 당시 공통 통화 늦어져…개선 시급”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재난 대응 기관 간 공조를 위해 1조4000억원을 들여 마련된 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안전통신망이 각 기관 내부 무전기처럼 쓰이면서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당시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공통 그룹통화가 이뤄지기까지 1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2022년에는 재난안전통신망을 거친 음성·영상 통화가 약 579만분 이뤄졌다.

재난안전통신망 도입의 주된 목적인 기관 간 통신의 경우 연간 약 5만2300분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관 내 통신량인 약 574만분의 1% 미만에 해당한다. 지자체, 소방, 경찰 등 각 기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따로 이용해 '기관 간 통화'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기관 간 통신량 약 5만2300분 중 3만4600분(약 66%)은 지자체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는 매일 전국 지자체 재난담당자가 참여해서 실시하는 정기교신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서도 재난안전통신망이 거의 활용되지 못해 기관 간 공조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난 5월 25일 지자체, 경찰, 소방과 함께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합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고 발생일인 지난 7월 15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정우택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공통통화가 이뤄진 건 그보다 55분 늦은 8시 46분이다. 충북 흥덕경찰서가 최초 통화기관이며, 청주시, 충북도, 충북소방본부 등이 참여했다.

이어 2분 뒤인 8시 48분 충북도 상황실이 공통통화를 걸었으며, 여기에는 충북도청, 세종시,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충북경찰청, 충북대의료원, 대통령실, 행안부 등이 참여했다.

당시 공통통화그룹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녹취록을 제출해달라는 정우택 의원실 요청에 행안부는 "해당 기관에 대한 감찰 및 수사 중인 사항으로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경찰, 소방, 해경 등 재난관련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며 신속히 현장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1년 5월 전국 단일 통신망으로 도입됐다.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했으나 지난해 울진 산불과 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오송 참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 부의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련한 재난안전 통신망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초 신고, 초기 재난정황 감지시 국가와 지자체, 유관기관을 자동으로 연결해 신속 공동 대응토록 하는 등 국민을 지키기 위한 실효적 재난안전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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