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청주시 청원구 율량사천동 주무관

박종원 청주시 청원구 율량사천동 주무관

[동양일보]나는 올해 1월부터 인사이동으로 율량사천동 산업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전 담당이었던 통합민원 업무와 달리, 산업 업무는 민원 처리를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민원인과 직접 대면하는 업무가 이전보다 잦은 편이다. 현장을 방문하다 보면 가끔 민원인이 수고한다면서 음료수를 건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맙지만 받을 수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끝까지 거절한다. 한 번은 현장을 방문하고 복귀하는데 고령의 민원인이 음료수를 건네주시면서 “여기 둘 밖에 없고, 손자뻘 되는 분이 고생하는데 주는 작은 선물인데 괜찮다”라고 말씀하는 것이었다.

마침 목이 말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정중하게 거절했다. 약간 서운(?) 해하는 어르신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공무원에 합격하고 처음 발령되기 직전 찾아뵈었을 때 대학교 지도 교수님이 격려 반 걱정 반으로 말씀하셨던 ‘신독(愼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에는 ‘신독’이라는 말이 있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삼가며, 그 들리지 않는 곳에도 스스로 두려워하며 염려한다“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든 혼자서 있든, 인간이라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이를 어기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중용에서는 타인이나 조직,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상황에 따라 원칙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행동한다면 결국 나 스스로의 삶과 행동에서도 함부로 대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신독’은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도 교수님에게 이 말을 들을 당시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공무원은 청렴해야 한다”, “배임, 횡령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안 된다”라는 단순 상식과 같은 말의 상위 개념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첫 발령 이후 업무를 수행하면서 내가 발급한 민원서류와 내가 작성한 모든 공문서에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보면서 내가 수행하는 업무 하나하나의 막중함을, 그리고 지도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던 ‘신독’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공무원이 되었다고 하는 제자를 축하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걱정하였기 때문에 ‘신독’의 의미를 알려주셨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고 있지 않다고, 정말 사소한 것이라고 공무원이 청렴을 지키지 않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시작이 되어 결국 큰 부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청주시, 나아가서 국민들과 국가 전체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 본인에게 큰 오점이 되는 일이다. “정말 죄송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이라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모든 일에 잘못한 것이 없나 반성하고 성찰하는, 신독하는 공직자가 되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