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몸에 난 상처보다 더 아픈 것은 주변의 멸시였다.

가문을 대표해 관직에 오른 자가 죽게 됐으면 곱게 죽을 것이지, 굳이 거세까지 해가며 살아남아서 구차하다는 것이었다.

옥에서 나온 후에는 고위직이라지만 환관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사마천은 대역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친구 임소경(任少卿)에게 편지를 보내며 강한 자가 웅변을 했다.

‘써야 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는 사마천이 사기의 서문에 쓴 문구에도 드러나 있다.

자신이 인생 선배로 삼았던 성현들도 ‘울분과 격정을 토로해야 할 시기에 명작을 남겼다’는 것이다.

사람은 보통 성공 가도에 놓여 있을 때는 과거를 들이켜보고 미래를 전망할 의지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면 깊은 고민과 함께 반성하게 된다.

한서(漢書) 사마천전에는 사마천이 친구 임소경에게 보낸 편지인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가 실려있다.

사기는 역대 군주들과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본기(本紀)와 영웅호걸 등 당대를 풍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열전(列傳)을 포함해 130편의 역사서로 구성됐다.

사마천은 남성 중심의 역사가 주류이던 당시, 황제들의 이야기가 담겨야 할 본기에 한나라 고조(高祖)의 부인인 여태후(呂太后)를 집어넣었다.

한나라 초기 황제의 황족들을 끌어내리고 올리며 권력을 구가했던 여씨를 군주들과 동렬로 취급했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히다 사기 9권 여태후 본기에 실린 내용이다.

기득권 충돌끼리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을지 몰라도, 백성을 이롭게 했으니 역대 군주들과 동급이라 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당시로써, 지금 평가하기에도 위험천만한 해석이다.

사기열전에서 가장 먼저 앞서는 인물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다.

나라가 망한 이후 수양산으로 들어가 풀만 뜯어 먹다가 죽은 의로운 사람들이다.

제일 마지막에 서술되는 사람들은 화식(貨殖), 즉 자본가들이다.

절개와 신의를 지킨 사람들을 우선시하고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은 나중으로 하는 사마천의 철학적 관점이 담긴 배치다.

또 사마천은 무제 가까이에 있었던 탐관오리들의 사례를 매우 풍부하게 소개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겸한 것이었다.

황제의 외삼촌인 전분(田蚡)과 친할머니의 조카 두영(竇嬰)이 벌었던 권력 다툼이 사기 107권 위기무안후열전(魏其武安侯列傳)에 매우 신랄하게 소개됐다.

무제는 그들을 가차 없이 숙청했지만, 친족이던 자들의 결점을 후대에도 계속 남긴다는 것을 상당히 불편하게 여겼을 것이다.

중국의 어느 철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마천은 누구나 기억하지만, 한무제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이다.

역사를 쓰는 사람은 많은 것을 이겨본 자들이고, 우선 자신의 취향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현세의 권력자와 어색해지는 것도 감내해야 하고, 편안하고 쉬운 삶과 결별 할 준비도 해야 한다.

사마천은 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내면의 목소리를 전했다고 한다.

‘내가 여기서 살아서 무엇 하겠나?.’

사마천은 솔직한 기록으로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지배하는 정신의 고속도로를 낸 장본인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 스스로 삶에 대해 객관적이고 건조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자신의 삶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기록한다는 의미의 ‘라이프로깅(lifelogging)’ 이라는 단어도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연극성으로 보여주는 삶의 장면들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직하고 탄탄한 평가로 무장된 기록이 필요하다.

물론 그중에는 남에게 보여줘도 될 만큼 잘 정리되고 그 자체로 훌륭한 삶도 있을 것이다.

나와 세상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적어가는 ‘진짜 역사가(家)’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충주는 중원문화가 살아 숨 쉬고 역사적 배경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충주중원문화재단은 올해 충주문화재 여행 ‘중원지애(中原之哀)’를 주제로 중앙탑 사적공원 일원에서 ‘7야(夜) 역사적 테마’를 선보인다.

문화 향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해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역사문화를 ‘누벨바그(Nouvelle Vague)’를 통해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예술을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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