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대안은 없는가

황폐화된 섬이 문화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한 나오시마섬의 항구 모습.
황폐화된 섬이 문화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한 나오시마섬의 항구 모습.

 

[동양일보 박은수 기자]지역의 발전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룩하는 힘이라는 모토로 진행된 일본 취재에서 취재진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접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 주도적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본 취재 지역 3곳은 완전히 달랐다.

주민들이 연구하며 방법을 찾아보고, 기업이 나서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지방행정부는 이를 협조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의 도움을 받는 그러한 형태의 개발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공정・자율・희망의 지방시대’를 만들자는 목표로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정부는 ‘분권형 균형발전’을 통해 자치권 확대, 지방 자주재원 확충, 지방의 자립적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카마쓰시의 전통 상점가인 마루가메마치 상가.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다카마쓰시의 전통 상점가인 마루가메마치 상가.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또 지방 교육과 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 특례, 지방에서의 우수 인재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다른 한축의 목표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균형발전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통합법률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지역이 원하는 정책·사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방자치박람회'와 '균형발전박람회'를 통합한 지방시대 엑스포도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전에서 열린다.

한국은 법률 개정 등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지역을 발전시킬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취재에 동행했던 충북연구원의 남부분원장(수석연구위원) 변혜선 박사는 “일본의 지역 활성화 사례에 담긴 세 가지 키워드는 ‘책임감, 애착심,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카미야마초의 거리. 고령화로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점차 인구가 늘고 있고, 마을 전체가 예술의 거리로 바뀌었다.
카미야마초의 거리. 고령화로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점차 인구가 늘고 있고, 마을 전체가 예술의 거리로 바뀌었다.

 

변 박사는 “다까마츠의 마루가메마치 상점가의 경우 4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점가를 앞으로 계속 지속시켜야 한다는 주민들의 책임감이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1988년 4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주민들은 상점가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공부해 가면서 묘안(토지소유권과 이용권을 분리)을 생각해 낸 것이다. 2006년 첫 번째 지구가 완공되기까지 거의 2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상점가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지역에 대한 애착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나오시마는 지역을 위해 고민했던 면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에 옮긴 기업인의 책임감에서 시작됐다. 물론 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로 자금조달이 비교적 용이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기업은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주민들과 함께 현대예술을 즐기면서 진행했다”고 했다.

변 박사는 카미야마초에 대해서도 “까미야마초는 ‘재미난 일을 해 보자’라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지역활성화 사례다. 이 지역은 지역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책임감, 지역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애착심으로, 매우 다양한 지역활성화 사업이 추진됐고, 그 중심에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활성화에도 해당된다”며 “지역에 인적자원과 관광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주민과 행정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 노력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과정을 즐기는 마을만이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카마쓰시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약도.
다카마쓰시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약도.

 

변 박사는 특히 “이번에 살펴 본 세지역은 모두 지역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활동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역주민들의 활동을 지지해준 행정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긍정적 관점에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며, 주민들(기업, NPO 등을 포함)과 행정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위탁하거나 추진했다. 행정과 민간의 상호 믿음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박사의 지적처럼 지방의 발전은 지역의 주민 스스로 의욕을 갖고 노력하는 것과 함께 지방과 중앙 행정기관의 적절한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마루가메마치는 상점가만 있는 게 아니다. 사진은 인근에 새롭게 건축된 주택.
마루가메마치는 상점가만 있는 게 아니다. 사진은 인근에 새롭게 건축된 주택.

 

정부도 균형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제는 지방행정부와 지방 주민들이 삼위일체가 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럴 때 다양한 아이디어나 도출되고 계획 실행에 탄력이 붙게 된다.

지방소멸론이 대두되고 출산율 저하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도 지역별로 발전 방법을 찾아낸다면, 산처럼 느껴지는 이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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