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동양일보] 장뜰들노래는 충북 증평 남하리에 행해지는 두레형 농요(農謠)다. 지역에서 2002년 발굴하여 2003년 충북 민속예술경연대회와 한국민속예술축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05년 5월 24일 증평군 향토유적 제12호로 지정되었다. '증평군지'와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 기록에서 대표 공동체 전승 농사 관련 민속이라고 기술하였다. 증평군의 대표적인 민속축제로 손꼽혔고 전시관과 연결하여 증평 전통문화 상징으로 자리하였다.

증평학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업·두레·농요·농악 등 복합유산인 셈이다. 장뜰두레놀이는 고려시대에 청당현 남면 염곡(지금의 증평읍 남하리 염실로 추정)에서 특산물을 생산 또는 제작하여 청당현에 공급하던 염곡소(念谷所)에서 불리어지던 노동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증평지역의 두레형 농요는 마을마다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기 소리, 벼타작 소리 등 노래가 구전되어 왔지만 기록화된 것은 1995년 '한국민요대전'의 주일종(남, 1921년생, 남하리 염실)이 부른 자료다.

마을마다 소리꾼들에 의해 전래되어 오던 농요와 증평의용소방대농악단이 1993년부터 장뜰두레놀이를 설립 충청북도와 전국민속예술축제에 출연하여 매회에 걸쳐 단체부문과 개인부문의 대상 수상을 받았으며 이 방면 전문가들로부터 민속예술로의 가치를 인증받게 되었다. 이에 증평군에서 고유민속예술을 발굴. 보존하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6월에는 증평 남하리 둔덕마을 일원에서 장뜰두레농요를 주제로 한 장뜰들노래 공연 축제가 개최되어 많은 관광객을 오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민속박물관도 둔덕마을에 건립하였다.

논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던 농요에 농악 가락을 합주하는 방식이다. 놀이는 논농사의 단계에 따라 진행되는데, 모두 메기고 받는 형식이다. 고리질소리,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초듭매기소리, 이듭매기소리, 보리방아찧기소리, 세듭매기소리 등 7단위로 구성된다. 이처럼 장뜰두레놀이는 농사와 관련된 노래를 풍장과 더불어 농사행위에 대해 순환적으로 구연함으로써 농경적 현장과 감성이 잘 드러난다.

노래형식은 주로 메가고 받기인데 선소리꾼-정달훈 소리꾼 등-의 메기는 소리와 여러 사람이 받는 소리로 되어 있고 모두가 3분박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놀이는 논농사의 단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되었기에 대동놀이로 큰마을마다 행해졌던 두레전통의 상징적인 농요유산이다. 두레 조직→생업 활동 주도→세시 공동체로 한판 어울려 놀 수 있었던 마을굿으로 전승하는 맥락화가 있다. 장뜰두레를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① 지정 방향은 주요 원형 항목 확정을 전제로 장뜰두레놀이보존회의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② 군 문화재로 관리하지만 지속 전승 차원에서 충청북도와 증평군의 재정적 지원에 대한 자체 조례가 설정되어야 한다. ③ 그 사이 조사 성과물에다가 타지역 농악 지정 사례에 대한 검토와 장단기 계획의 증평학적 정립과 학술발표가 필요하다. ④ 농요 포함 농업민속지식 전반과 주요 세부항목 등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작업도 수행해야 한다. ⑤ 특히 두레 관련 전승물을 묶어 인류무형유산 등재 시 대표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등재되었을 때 전승력이 확보되고 지역 브랜드 개발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증평들노래축제는 증평만의 특색있는 대표 전통 농경 축제로 옛 선조들의 삶을 재연하는 농요시연을 중심으로 각종 농경문화 체험의 장을 마련하여 방문객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축제가 되었다. 활성화 사업은 ‘공동체 전승물’의 관심과 스토리텔링의 오페라 등을 구성하고 각종 콘텐츠로 개발하여 증평다운 문화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에 반드시 증평학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고려해야 한다.

‘장뜰노래 반여울의 소리’ 공연처럼 창조적 계승 확장에도 노력해야 한다. 장뜰들노래보존위원회 조직을 강화하고 영상 메타버스 농요 제작, 책이야기 김득신 두레 공연, 농요축제 증평아리랑 부각하기 등 문화콘텐츠산업에도 집중해야 한다. ‘공연 두레’ 주제에 대한 다양성을 선보이고 두레형 농요의 울력 가치와 신명풀이 미학을 공유해야 한다. 지역민, 지역리더의 증평학적 공감이 우선시해야 한다. 지역민 공동연대를 통한 미래지향의 문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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