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응 증평문화원장·수필가

[동양일보]얼마전 서울 서이초등학교 여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언론에 따르면 반 아이들이 연필로 장난을 하다가 얼굴에 자국이 생겼는데 학부모들이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항의를 하고 전화를 한 것이 교사 생활 2년 차인 새내기 교사가 도저히 감당을 못하고 어려운 선택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얼마나 여교사가 몸이 달았으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요즈음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만 귀하고 최고라는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항의하고 전화한 것이 단초라고 생각된다. 교직 생활 42년을 봉직한 나로서는 꼭 55년 전 교직 2년 차였던 도안초등학교 2학년 담임반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 11월 추운 겨울 교실 바닥이 기름 청소를 해서 반질반질한데 한 아이가 장난을 쳐서 등을 때린 것이 아이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마룻바닥에 팔을 헛짚어서 팔이 부러진 일이 벌어졌다. 금방 팔이 부어오르는데 겨울 동복이라 옷이 벗겨지지 않아 응급처치도 못하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의사가 가위로 옷을 자르고 간신히 팔을 빼서 깁스를 하고 치료를 하는 상황이었다. 연락을 받은 아이 어머니께서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아이 어머니께서 하시는 첫 말씀이 “아이구 선생님, 얼마나 우리 아이가 말썽을 피웠으면 선생님께서 이렇게 야단을 치셨겠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무 걱정 마시고 선생님께서는 빨리 학교로 돌아가셔서 아이들 가르치셔야지요” 라며 자식을 나무랬다.

지금 같았으면 아마 선생님 사표 내고 형사 처벌 운운할 거라는 생각에 평생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살아온 삶에 자귀감이 든다. 그 당시의 학부모님들은 모든 것이 자식이 잘못해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자식을 나무라고 아이에게 반성하도록 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55년 전의 일이었지만 서울 서이초 여교사의 사건과 비교하면 담임선생과는 상관없이 반 아이들끼리 장난하다가 벌어진 일이 교사를 곤경에 빠뜨려 고민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지금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격세지감이 든다.

요즈음 학부모님들은 대게 자녀가 하나이거나 둘이기 때문에 핵가족이어서 자기 자식 사랑은 말도 못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인간 됨됨이 교육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이 학교 갔다 끝나고 집에 오면 과외다 학원이다 하고 밖으로 몰려 나가고 부모님들도 바쁜 세상에 아빠, 엄마가 다 맞벌이 부부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 인성 교육을 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옛날에는 대가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자녀를 두 세 명이 오손 도손 밥상 앞에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수저를 들어 잡수시기 시작하면 아래 사람들도 수저를 들고 밥을 먹는 것으로 알았다. 밥상머리에서 할아버지께서 자녀들에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숙제도 꼭 해야 된다는 사람 됨됨이 교육을 매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아이들은 항상 긴장하고 나쁜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생각하면 물론 세상이 바뀌어서 모두가 맞벌이 아니면 살기가 힘들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이 드물지만 될 수만 있다면 옛날 밥상머리 교육이 꼭 이루어져야 지금 같은 험악한 인성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밥상머리 교육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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