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동양일보]마음이 맑고 밝고 깨끗하면 행동 또한 바르다. 한 어린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도둑질하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거예요?” 엄마는 아이에게 “그야 도둑질하는 것이 더 나쁘지”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아이의 생각은 엄마의 대답과 달랐다. “엄마, 아니예요. 엄마는 틀렸어요. 거짓말이 훨씬 더 나빠요. 왜냐하면, 도둑질한 것은 돌려줄 수 있지만 거짓말은 돌려줄 수 없잖아요!” 일반적으로 타인을 속여 이득을 얻는 것을 사기죄라고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을 절도죄라고 하는데 사기죄나 절도죄나 죄는 죄다.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죄짓고 벌 받으러 가는 사람이 부끄럽다고 손으로 얼굴을 가려도 죄지은 마음은 가릴 수가 없다.

말이 많은 세상이다. 그런데 말이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실수도 잦고 말실수로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잘못한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올라 빈축을 사는 이들의 공통점을 보면 말을 거르지 않고 불쑥불쑥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입이 가볍다는 것이다. 말이 없어도 답답하지만, 말이 많은 사람은 아무래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제 이웃에게 거짓을 말하고 간사한 입술과 두 마음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듣지 않아도 될 소리는 왜 그리 잘 들리는지 모르겠다. 나쁜 짓하고 숨는다고 나쁜 짓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능숙하고 화려한 말로 말 잔치를 벌여도 거짓은 거짓이고, 도둑은 도둑이다. 아무리 고운 손이라도 도둑질하는 손은 고운 손이 아니다. 처음 싹이 날 때에는 엇비슷하더라도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속이고, 도둑질한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산다면 그것은 착각 속에 사는 것이다.

‘폴리그래프’라는 기계가 있는데 사람의 맥박, 호흡, 손에 흐르는 땀 등을 읽어 내어 그래프로 나타내는 거짓말 탐지기이다. 거짓말을 할 경우 마음이 불안해 져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뇌파가 빨라지는 급격한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면 거짓말 탐지기가 생겼을까? 거짓말이라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거짓말을 했다면, 천 마디 말을 늘어놓아 보아야 첫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새끼를 친 것뿐이다.” 그러니 “네 혀는 악을, 네 입술은 거짓된 말을 조심”(시편34,13).해야 한다. 성경에는 “너희는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속여서는 안 된다. 동족끼리 사기해서는 안 된다.” 고 말한다. 우리는 오히려 거짓을 벗어 버리고 진실을 말해야 하며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항상 조화롭게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나의 생각이 맑고 깨끗하도록 가다듬는 것에 정진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마하트마 간디).

“사람의 사사로운 말일지라도 하늘의 들으심은 우뢰와 같고, 어두운 방 안에서 마음을 속일지라도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다.”는 말이 있는데 남을 속이고, 하늘도 깜짝 모를 것이라고 자신해도 하늘은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렇게 속인 자신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늘이 알고 자기를 떠받쳐 주는 땅이 알고 있으니 몸과 마음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마음속에 있는 것이 말로 표현되어 나오고,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면 그 행동의 근원은 마음이다. 속에 담겨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자기주장이 커가는 세상에서 듣기는 빨리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인생에 유익함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옥같은 말씀이 있어도 마음을 활짝 열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 귀한 생각과 천한 생각이 다 마음 안에 있으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거기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잠언 4,23). 겉과 속이 다른 그릇된 마음을 정화하는 만큼 세상은 맑고 밝게 빛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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