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AI로 '맞춤형 치료'...개인 유형 예측 플랫폼 개발

 
최민이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최민이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실험실에서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정확도가 높은 질병 하위 유형 분류 모델을 생성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자폐 스펙트럼과 같이 환자 개인별 증상이 뚜렷하게 다른 뇌 질환 하위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파킨슨병 등의 만성 퇴행성 뇌 질환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환자의 병리학적 상태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할 플랫폼이 개발됐다.

최민이(사진)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AI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8월호에 게재했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파킨슨병 환자의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신경 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등의 이미지 정보만 학습해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파킨슨병 양상을 겉으로 보이는 발현형이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이 가능해진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파킨슨병 치료는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확률에 기댄 ‘일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병리적 원인과 치료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

최민이 교수팀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면 개별 환자 뇌 세포의 분자 및 세포 정보를 정밀하게 개요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환자들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서 정밀 의학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인별 맞춤화된 치료로 이어진다.

이 플랫폼은 2012년 노벨의학상 수상 기술인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C, 어떠한 장기 세포로도 분화 가능)를 분화시켜 얻은 뇌 세포를 사용하는 ‘접시 속 질병(disease in a dish)’ 패러다임이다. 접시 속에 배양한 자신의 표적 질병 세포를 순차적으로 이미징하면 일련의 병리적 사건을 추적할 수 있다. 질병 진행에 따른 약물 반응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사람과 유전성 파킨슨병 환자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신경 세포로 분화시켰다. 이렇게 분화시킨 신경 세포의 여러 소기관 중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현상을 일으키는 두 곳인 미토콘드리아(진핵세포를 특징짓는 세포 내 호흡·에너지 생성기관), 리소좀(가수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어 소화 작용을 하는 단위막으로 싸여있는 세포의 작은 기관), 핵(세포의 모든 활동을 조절하는 세포 내 기관. 유전물질인 DNA가 들어 있다)을 다중 라이브 이미징으로 촬영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의 대표 병리 기전인 리소좀의 손상 단백질 항상성 (단백질 응집 축적)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감소 (ATP 억제)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이번 플랫폼 개발에 대해 "완치가 어려운 만성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개인 맞춤별로 진단해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 AI로 환자의 줄기세포 정보를 학습해 질병의 정확한 유형을 예측하는 덕분"이라며 "파킨슨병 뿐만 아니라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 등 퇴행성 뇌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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