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접도’, ‘매화가리개’ 등 작품마다 마음 사로잡는 곳
‘민화’라는 세계 통해 정서적 교류 가능케 하는 공간
김옥지 작가 “누구나 쉽게 와서 그림 접할 수 있길”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어떤 공간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을 말해주기도 한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 보청대로 1865(교사리)에 위치한 백향민화갤러리(관장 김옥지 78·사진) 역시 그러했다. 마당이 넓은 1층 건물이었다. 건물은 화려하지 않았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민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들도 책상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온갖 아름다운 색채들을 모아 놓은 듯 작품들마다 은은한 색의 향연에 한동안 인터뷰를 미루고 작품 감상에 빠져들었다. ‘화접도’, ‘매화가리개’, ‘모란도’, ‘화조도’, ‘파초닭’, ‘십장생’, ‘봉황도’, ‘외출’ 등 눈길 닿는 작품마다 섬세한 붓터치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림을 모르는 관객들도 색감이 전달하는 편안함과 생동감 넘치는 전통 문양에 충분히 매료 될 것으로 보였다. 해학성이 돋보이는 작품 앞에서는 미소가 절로 퍼졌다. 예술작품이 주는 매력은 공감이다. 음악은 리듬으로, 문학은 언어로, 그림은 선과 색감이라는 매개로 정서를 흐르게 한다. 예술은 정서적 공유로 인간과 인간의 품격있는 교류를 가능케 한다.

백향민화갤러리는 그러한 공간이다. 정서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공간. 민화라는 세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작점인 셈이다.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이들의 공통의 정서 때문이다.



△작업실 겸 갤러리 민화 교육의 장

백향민화갤러리는 2016년 건립됐다. 작업실 겸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으면서 민화를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백향민화갤러리 관장인 김옥지 작가는 서예와 한국화를 하던 중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하는 민화전시를 보게 된다. 가슴이 뛰었다. 그는 이후 민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당시 민화 인구 200여명 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고 이명희 작가를 찾아가 민화를 사사 받았다. 서원대평생교육원에서 3년간 공부도 이어졌다. 당시 2년 동안 옻공예도 함께 배웠다.

김 작가는 “그림을 접하고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서 만족감과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림을 접하고 있으면 생활 속의 스트레스는 모두 잊게 되기 때문에 화를 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항상 동심으로 생활하면 세월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을 배우는 일종의 수행과정으로 갤러리에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해질 때까지 작업에 몰두해 있을 때 행복하다”며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옥지 작가는 단원 김홍도 선생의 색감을 이어받았다. 그는 맑고 화사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민화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초안에 의해 그리는 것으로 밑색, 바탕색, 바림색, 선 등 4단계를 거치는 작업으로 물감에 아교를 섞어 채색한다. 한 번 잘못된 채색은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중과 섬세함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는 “민화는 인생의 동반자이고 힘들고 어려울 때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라며 “백향갤러리는 민화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쉽게 와서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민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백향은 김 작가의 호다. 그는 올해 5월 대명장상을 수상했다. 현재 (사)한국민화작가협회 회원, 한국민예총, 보은미협 회원, 민화 강사로 오랜 기간 활동 중인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등 수많은 전시회와 수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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