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 공영 방송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일까?

최근에 정부의 시청료 징수 방법 변경이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의 시청료 징수 방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공영 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해 왔는지를 점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청료는 왜 전기세와 함께 부과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텔레비전은 전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전기가 전국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전기가 들어가는 집은 텔레비전을 구입하여 시청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듯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전기검침원이 가정마다 텔레비전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던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 시절과는 사회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옛날에는 텔레비전의 가격이 매우 비싸서 가정의 중요한 재산이었지만 오늘날은 흔한 전자제품의 하나로서 한 가정에 두세 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전기도 농업용, 영업용 등 용도에 따라 별도의 전기를 설치할 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속에 불법 주택을 짓고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거나 사람이 생활하지 않는 특별한 용도의 건축물에 전기를 설치함으로써 전기와 텔레비전의 사용 관계가 일정하지가 않게 되었다.

어느 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던 시절에 겪은 일이다. 교실에서 사용하던 텔레비전을 빔프로젝터로 교체하면서 못쓰게 된 텔레비전 한 대를 교장 사택에 놓게 하였다. 며칠 후에 방송국에서 시청료를 납부하라는 전화가 왔다. 시청료는 집에서 내고 있고 생활도 집에서 하고 있으며 학교는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사택은 한 달에 한두 번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고 있으므로 시청료를 중복해서 내야 하느냐고 하니, 학교장이 시청료도 내지 않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느냐며 반협박(?)을 하기에 할 수 없이 시청료를 매월 납부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시청료 징수에 형평성이 없는 것 같아서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시청료를 전기세에 함께 부과하는 징수 방법이 바뀔 때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서도 재점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려시대의 불교 타락상을 보면 처음에는 순수한 종교에서 시작하지만 사유 토지를 통한 수탈과 ‘무진장’이라는 고리대금업을 통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결국 권력을 탐하게 된 것이다. 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권력은 금력에서 오는 것이다. 금력은 시간이 흐르면 부패하고 권력과 결탁하거나 권력을 탐하게 되는 것이 역사에서 얻는 공통적인 교훈이다. 시청료의 강제적(?) 징수로 상당한 금액의 기금을 상당한 기간동안 사용해온 공영 방송에 대해서 우리는 부패를 방지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 왔는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7월 29일 전북 장수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중대본의 재난 문자가 전북을 전남으로 잘못 전한 것이 그렇게 커다란 사회적 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특보를 알릴 때 쓰는 대문짝만한 자막으로 이 사실을 뉴우스마다 반복하여 방송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자막에 맞춤법이 맞지 않는 말, 오자, 탈자가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날 때가 많은데 방송국에서 사과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재난 안내 문자의 오기는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이며 바로 정정함으로써 이로 인한 피해가 생긴 것도 아닌데 이를 침소봉대하여 마치 나라를 망하게 한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을 보면 공영방송이 아니라 개인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아무쪼록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연속보도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미담 소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는 내용, 즐겁고 명랑하며 살기좋은 사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공영방송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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