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나기황 시인

[동양일보]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운영하는 ‘웃음치료연구소’의 강습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하루 15초 이상 웃으면 이틀의 수명이 연장된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글귀지만, 실제로 미국의 ‘볼 메모리얼 병원’에서 외래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다.

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이 강의 중간중간에 가벼운 동작을 따라 하며 ’박장대소拍掌大笑‘ 하고, 어설픈 유머에도 ’파안대소破顔大笑‘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웃음을 억누르고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의 말이다. 몇 주간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동안의 소회素懷와 변화된 일상에 대한 발표시간이 있었다. 우울증이 개선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게 됐다는 체험담이 많았다.



‘웃음’이란 무엇인가? 웃음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본성적 유전인자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은 웃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라고 했다.

웃음이 신체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의학적 정보와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웃음과 ‘NK세포’와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웃음이 만병통치 명약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로써,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죽이는 혈액 속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자연살해세포’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체내에 있는 총 1억 개의 NK세포 덕에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주목할 점은 이 NK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의 하나가 ‘억지로라도 자주 웃기’다. 국내외 의료계에 따르면, 웃기 전과 비교하면 웃고 난 후의 혈중 NK세포 활성도가 66.7%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웃음’이 귀한 시대가 됐다. 이 사회가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의학적 소견이 아니라도 웃으며 살고 싶다. 웃음의 원천인 아이들이 저출산으로 점차 줄어가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가고, 사회적 증오가 무차별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회가 됐다. 품격있는 유머 대신 큰 소리와 질 낮은 언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웃음 부족이 사회적 관계를 해치고,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 엘라 휠라 윌콕스는 ‘웃음은 그가 속한 가정, 직장, 사회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다’라고 했다. ‘웃음은 만국 공통의 언어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당신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고, 인간관계의 성공은 웃음이 좌우한다.’, ‘웃음은 영혼의 언어다‘

웃음에 관련된 명언들만 살펴봐도 우리가 ‘억지로라도 웃자’라는 전제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일상으로 어떻게 웃음을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웃는 연습이라, 웃는 것을 연습한다는 게 역설적으로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생각보다 ‘웃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웃을 일’을 찾기 어려워서다. 우선 하루의 시작을 ‘웃음’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웃어본다. 그냥 기분 좋은 미소를 몇 번이고 해본다.

세수할 때, 거울을 보고 웃어본다. 우습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만날 때 미소부터 지어보자. 훨씬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웃음은 자기 암시다. 여유롭고 자신 있게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자. 웃음은 전염된다. 웃음은 행복을 위한 신의 선물이다. 오늘은 누구에게 이 선물을 나눠줄까, 미소를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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