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농사로 단꿈 일구는 ‘농부의손’ 신동군 대표
복숭아 알밤 자두 농사 지으며 미래 설계
과일 당도 높아 경매 안하고도 고객층 넘쳐
“소비자들이 농촌으로 많이 놀러 왔으면"

신동군 대표가 수확한 복숭아를 들고 있다.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9년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 공주로 내려와 과일 농사를 시작한 30대의 열혈 젊은이가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게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직장생활이 체질이 아니었던 거죠. 앞이 안보일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 올레길을 걸으며 인생설계를 다시 해 봤어요. 나는 누구인지, 나는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공주시 신풍면 화흥리 ‘농부의손’ 농장 신동군(39) 대표는 그 때 귀농을 결심했다. ‘내 일은 농업’이라는 확신이 선 것이다.

2018년 공주로 내려와 자리를 잡은 신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과일 농장을 키워 나갔다. 알밤 3만m²(9000평), 복숭아 99m²(3000평)에 자두 200평 규모다.

여기서 나오는 연간 수익은 연간 대략 7000만~9000만원 정도.

신 대표는 “수익은 차차 늘려 나갈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신뢰를 판다는 마음으로 농사 짓습니다. 특히 복숭아는 경매시장에 거의 내지 않습니다. 저희 복숭아 맛을 본 단골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거의 전량 택배로 직거래를 합니다”라며 복숭아 품질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고객층에 대한 마인드도 의외로 놀라웠다.

그는 처음에 대한민국 1등이 되자며 달렸다. 하지만 한두해를 보내며 뒤를 돌아 보니 농산물을 찾아 주는 고객은 거의 다 공주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다. 그 때 ‘내 고객은 멀리가 아니라 가까이 계신분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꿈은 그래서 “대한민국 1등이 아닌, 내 농산물을 사 주는 공주 고객들의 1등”이다.

신 대표에게는 에게는 한가지 원칙이 있다.

과일을 수확해 당도가 낮으면 절대 판매를 안 한다는 점. 그 때문에 복숭아는 없어서 못 팔고, 구매자의 소개로 알음알음 알게된 소비자가 넘쳐난다.

올해도 수확기 집중 호우로 자두의 맛이 떨어지자 과감하게 판매를 포기했다. 수확한 자두는 거의 다 주변 시설 등에게 기부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작년에 공주시의회 의장상을 받고, 시로부터도 우수농가에 선정됐다.

신 대표의 초기 정착 노력에 주변에서는 ‘존경’이라는 표현까지 내놓는다.

농산물 판매 수익이 미미했던 귀농 초 금전적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그는 농한기에 군밤, 군고구마, 군옥수수을 판매하는 길거리 노점상에 나섰다. 피나는 ‘이중생활’이었다.

9000평 밤나무 산의 풀을 혼자 깎다가 예초기 칼날 파편이 손가락에 박혀 병원에서 수술도 했고, 벌꿀 농업을 하는 아버지의 일손을 돕다 벌에 침을 쏘여 응급실에 3회나 갔던 기억도 생생하다.

2년전 은행의 자금을 빌려 첫 땅을 구입하고 복숭아 자두 나무을 심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농부에게 내 땅이 생겼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또 ‘신군이 농산물을 판매 한다’며 SNS와 맘카페 등에 홍보글을 올린 후 소비자가 ‘믿고 먹는다’는 후기를 올려주면 큰 힘을 얻는다. 단골들은 ‘맛있냐 없냐’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신 대표는 도시인들을 위해 자두와 알밤따기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다만 그는 “체험은 나눔이라 생각 한다”며 “돈을 받는 체험 대신 도시의 어린 아이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성인들에게 시골의 순수한 전원 풍경과 느낌을 전해주는 체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농촌은 도시지역 사람들이 찾아주면 미래가 밝습니다. 해외 여행 보다, 가까운 시골 농촌에서 여행을 즐겼으면 합니다. 저희 농장에서 진행하는 ‘신군하고 시골에서 놀자(신시놀)’을 기억해 두셨다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찾아주세요”라며 웃는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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